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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ug 05. 2021

엄마의 방학, 나의 행복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

엄마를 만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그 어렵다는 배변훈련을 성공하여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었고 그 덕에 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아직도 가끔은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귀엽다고 한다. 그야말로 나는 찐 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 8시만 되면 집을 나서던 엄마가 웬일인지 집에 있다.

아빠는 여전히 제시간에 출근을 하고 누나와 형아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엄마와 정신없이 놀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갔다.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엄마가 계속 집에 있다. 엄마는 겨울 두 달 동안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앗싸!!!


엄마의 방학!

처음 며칠은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엄마도 바빠서 내 생각만큼 엄마와 많이 놀지 못했다. 그래도 좋다. 언제든 엄마를 볼 수 있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엄마는 내 이름을 계속 부르며 나를 챙겨주었다. 무엇보다 이제 집에 혼자 있지 않아서 정말 좋다.


그동안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잘 놀고 있었지만 수시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너무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데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모르는 사람이 들어올 것 같아 현관 밖 인기척 소리만 나면 얼른 안방으로 들어가 숨곤 했다. 어떤 날은 유난히 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하루 종일 잠도 못 자고 너무 지루한 날도 있었다. 엄마가 두고 간 간식을 너무 빨리 먹어버려 배가 고픈 채로 엄마를 기다린 날도 가끔 있었다.


드디어 방학!

낯선 집에서 무서움과 불안감을 이겨내느라 힘들었을 우리 사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우선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도 사랑이를 곁에 두었다.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며 좋아하는 걸 보니 혼자 지내게 한 시간이 너무 미안했다.


사랑이는 아직 80일 정도로 어리고 추운 겨울이라 산책도 하지 못한다.

아직은 동물병원에 예방 접종하러 가는 수준으로 외출을 할 뿐 그 외의 시간은 하루 종일 나와 함께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내가 부르면 달려오고 주방이나 화장실 어디든 내가 있는 곳에 따라다닌다.


방학은 사랑이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기 강아지라 잠이 많은 사랑이와 방학이라 늦잠을 자는 나의 생활패턴이 딱 들어맞았다. 두 달여를 단 둘이 지내고 품에 안고 낮잠을 자면서 사랑이와 나는 더욱 정이 들었다. 강아지 키우기를 반대했던 내가 사랑이를 가장 좋아하게 되니 그동안 막내였던 아들은 언제는 그렇게 싫어하더니 하며 눈꼴시어하기도 하며 사랑이를 시샘 아닌 시샘도 하였다.


개학이 다되어간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다음 방학을 기대하며 사랑이와 나는 여느 날처럼 방학의 마지막을 즐겼다.

후폭풍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딱 거기까지만 해피했다.




방학이라는 거 참 좋다.


매일 아침 엄마의 잘 놀고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엄마가 현관문을 바쁘게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었었는데 그런 일이 없으니 정말 좋다.

아직 멀리 산책은 못 가지만 엄마품에 폭 안겨 잠깐씩 바깥 구경을 가는 것도 좋다. 슈퍼, 세탁소, 쓰레기 분리수거장 등 가까운 곳에 새로운 세상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엄마는 기가 막히게 나의 쉬야 타임을 알아차린다. 혹시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안 해서 좋다.

언제나 내가 원하면 까까를 먹을 수 있다. 엄마를 향해 꼬리를 흔들거나 물끄러미 쳐다만 보아도 엄마는 모든 것을 내준다. 엄마와 함께 있으니 배도 고프지 않다.

엄마가 있으니 무섭지 않다. 현관의 초인종 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혹시나 엄마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할 때도 있어서 엄마가 늦는 날은 불안에 떨었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혼자 있다 보면 별별 공상을 다하여 괜히 무서워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늘 옆에 있으니 정말 좋다.


제일 좋은 것은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에서 나는 엄마의 진짜 아들이 되었다.

엄마 팔을 베고 엄마 품에 안겨 잠을 잘 때면 나는 처음부터 엄마 아들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형아나 누나처럼 나도 엄마 배에서 나온 엄마 찐자식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다. 형아의 시샘 어린 눈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형아랑 나 중에서 내가 위너이니까.


그런데

엄마가 다시 아침 8시에 출근을 한다.

"사랑아, 잘 놀고 있어. 엄마 빨리 갔다 오께."

 나는 그 말이 정말 싫다.


악!!!

엄마의 방학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ㅠㅠ

나의 행복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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