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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Aug 07. 2022

확진자 모자

코로나가 고마운 이유

 3월의 어느 날이었다.

1호는 매일 등교 전 #자가키트 검사결과를 올려야만 했다. 하기 싫다고 피해 다니는 아이를 붙잡아 겨우 자가키트 하고 서둘러 셔틀 태워 보낸 직후였는데 분명 나서기 전에는 한 줄이었는데 돌아오니 두줄이 돼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결국 이렇게 감염이 되는구나 2년 넘게 용쓰며 버텨왔는데 2차 백신이 다 무슨 소용이람.

밤부터 목이 간질간질하던 게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불안한 마음에 자기 전에도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 자가 키트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으나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갈 보호자는 나뿐이었다. 스쿨버스 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 연락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운동장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1호를 태워 보건소로 향했다. 요즘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었다더니 줄이 너무 길었다. 1시간을 겨우 기다려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상비약 을 사두고, 자가격리할 방을 어디로 정하고 어떻게 공간을 나눌지 잠깐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안방에 가서 매트리스 하나를 질질 끌고와 방안에 쑤셔 넣었다.


 1호와 이 방에서 이렇게 7일을 보내야 하는구나...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기분 탓인지 아침에 허둥지둥 돼서인지 아니면 목이 간질간질해서인지 점점 피곤이 몰려왔다.

#테라플루 를 녹여마시고 비타민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호는 체온이 정상이고, 재차 물어봐도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육감적으로 확진인 것 같아 1호와 같이 격리됐지만 아직 알 수가 없어 숨쉬기 어려워도 마스크를 단단히 고정했다. 아이들은 2,3일 후에도 증상이 발현된다는데 어떻게 병간호를 해야 하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조금 한숨 돌리려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띠링띠링 바삐 도착하는 줌 수업 링크 세팅에 #격리환경 조성도 해야 해서 어차피 오늘 업무는 할 수가 없었다. #반차 낸 것을 #연차 로 수정하고 겨우 오전을 견뎌냈다. 남편에게 2호가 혼자 있다고 말했지만 프리랜서인 남편은 결국 스케줄을 조정하지 못했다. 우리 셋을 내버려두고 나가버렸다. 정말이지 이럴 땐 남의 편이 맞다. 궁여지책으로 음성인 2호는 안방에 넣어 주었다. 그런데 2호가 자꾸 격리된 방을 기웃거린다. '똑똑'

 하긴 무서울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탓인지 격리된 방문을 열어선 안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이해한 듯했다.

그러나 2~3시간이 지나자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나 무서워, 같이 있어주면 안 돼?"

큰소리로 와앙 울기 시작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다 같이 확진자가 되더라도 일단 마음을 달래주긴 해야 했다.

한편에 먼지가 쌓인 아이패드를 꺼내 넷플릭스를 켜주고 칙칙칙 소독약을 여기저기 뿌린 다음 격리 방으로 돌아왔다. 마음 아프게 평소 좋아하는 헬로카봇을 보여줘도 안방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려니 얼굴이 어두웠다.

감기약 때문인지, 그날 아침 불과 몇 시간 만에 갑작스레 겪은 일들이 많아서인지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좁은 방에서 아들과 할 일도 없고, 잠만 잤다. 증상이 없는 큰아들은 엄마가 잠만 잔다고 불만이 가득했다.

이튿날 아침 1호의 확진 결과가 도착했다. 내 몸의 컨디션은 더 좋지 않아 졌다. 기침이 시작되고 몸이 무거웠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고 1호는 여전히 무증상이었다.

1호를 제외하고 모두 근처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그 이튿날 남편과 2호는 음성 나만 양성 결과를 받게 되었다.

1호는 나보다 하루 일찍 격리가 해제되었다. 아침까지 같이 자다가 평소보다 제법 이른 6:50분에 깨웠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 많이 놀랐다. 아빠랑 새벽부터 놀 거라고 전날 밤 10시 반에 칼같이 잠든 덕택이다. 그만큼 아빠가 좋고, 그리웠나 보다. 친정아빠는 여전히 내게 어렵고 불편한 존재인데 1호에겐 아빠가 참 소중하고 그리운 존재구나 싶어서 안도가 됐다. 보고 싶고 함께 놀고 싶은 아빠가 돼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1호가 참 부럽기도 했다. 소독약 뿌리고 교복 입혀서 안방으로 내보내는데 흥이 잔뜩 난 뒷모습에서 신남이 느껴지고, 멀리 " 아빠 , 나왔어. 같이 딱지 치자! "이런 음성이 들려오는데 미소가 번진다.

사랑스러운 녀석.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여전히 많더라도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소중한 가족과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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