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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Dec 13. 2022

호텔 같은 우리 집

자식 키우는 이유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 애드디너 교수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월수 주 2회 줌으로 영어토론 수업을 수강한다.  

오늘은 분명 블록체인과 아마존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토론하는 것이었지만 우리 모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샛길로 들어섰다.

늘 H샘과 L이 먼저 들어와 있고 두 아이와 아내를 뉴질랜드에 보내 놓고 한국에 사시는 기러기 아빠 코님이 늦게 합류하신다. 나의 직장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해외에서의 #remotework 는 지원하지 않는데 오늘 코님은 가족이 있는 뉴질랜드에서 근무 중이라고 하셨다. 해외에서 살고 일하며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내게 눈이 반짝 뜨일만한 소식이었다. 외람될 수도 있지만 용기 내 이것저것 여쭤보니 이 부분이 가능해진 이유는 코님이 미국 본사를 통해 입사했고, 뉴질랜드에 가족이 산다는 이유로 매니저 예외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 불가능한 것은 아니구나. 그것만으로 위안이 됐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지사를 퇴사하고 미국 본사로 다시 재취업한 뒤 점찍고 다시 나타나겠다고 했다.   

코님은 평소보다 더 젊어 보이셨다. 이발을 하셔서 그런 걸까? 가족 때문일까? 역시 후자때문이겠지?

우린 어느새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 진학 과정을 얘기하다 부모로부터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 내 자식에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모둠의 강사이신 H님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주립대학을 나왔지만 코님처럼 아버지가 한국에서 기러기 아빠로 근무하시며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기대는 벅찼고 그것이 철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했다. 아버지의 사랑은 너무나 커서, 이혼가정에서 자란 연상녀와의 결혼은 반대에 부딪쳤고

그것이 아버지와 왕래하지 않은 계기가 돼 어느새 8년이 다 돼간다 했다.


역시 그도 우리 세대였다. 내가 살던 시대엔 그렇지 않은 부모를 찾는 게 더 어렵겠지.


오후에는 평소에 듣고 싶던 김미경 작가님의 줌 강의가 있어 유튜브 라이브를 켜놓고 일을 했다.

 "인재의 기준이 바뀐다!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란 주제였는데  

우연찮게도 영어수업과 연결돼 오늘따라 자식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길러내야 할지 심도 있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1호가 한 달 전쯤인가 근심이 어린 얼굴로 "엄마 나 꿈이 없어"라고 했다.

그래서 그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일러줬다.

"넌 아직 8살밖에 안됐고 세상이 어떤 곳인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어. 엄마가 40년을 사는 동안에도 꿈은 수도 없이 바뀌었어. 그리고 네 나 이땐 나도 꿈이 없었어. 꿈이 없어서 안 좋은 게 아니라

인생은 어떤 꿈을 꿀지 찾아가는 여정인 거야, 그러니 걱정 마" 하니 아이가 안도한 것 같았다.

 

꿈이 없다는 1호는 아이러니하게도 하고 싶은 것이 참 많다. 어린이집만 다닐 때는 그저 태권도 보내달라고 그렇게 조르더니 이젠 좀 독특한 소원들로 나를 졸라댄다.  그게 그 아이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아 그 소원을 응원하기로 결심했다.

"엄마 나 책을 만들고 싶어" 처음 들었을 땐 사실 속으로 무시가 됐다. 언젠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은근슬쩍 넘어갔다. 하지만, 바쁜와중에도 새벽에 가끔 일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그래서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줬다.


며칠 전    

"엄마 나 저 만화책이랑 똑같이 그려보고 싶어, 난 저 대단한 작가처럼 할 수 없겠지?"라고 아쉬워하길래

"그래? 엄마가 안 쓰는 아이패드와 펜슬이 있어, 이 도구들로 매일 연습하고 연습하면 저렇게 그리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이번 겨울방학 때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드로잉 수업을 들어보는 거 어때?"라고 하니

아이 얼굴이 환해졌다.


등수가 사라지는 세상, 엄마인 나도 여전히 자식을 어떻게 길러내는 것이 정답인지, 나야말로 어떻게 사회생활 속에서 살아남아 아이를 지원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저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탐색하며 아이의 진짜 꿈에 가까워지길 응원해야지.  


잠들기 전 갑자기 1호 2호가 부산하게 움직인다.

"엄마 깜짝 놀라게 해줄게, 아직 방에 들어오지 마!"

하더니

"짜잔~엄마 호텔에 온 거 같지? 저 소파도 이제 옷 같은 거 올려두지 말아 줘 어때 거기 앉으니 정말 좋지?" 하고

환하게 웃는다.


녀석들 이 맛에 자식을 키우나 보다.

어젯밤은 정말 호텔에서 잠드는 것 같았다.

사랑한다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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