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 밀려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는 꼭 글을 열심히 써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목표를 삶지만 어느새 또 바쁜 일상에 잊히며 삶의 우선순위 바닥에 있습니다. 작년에만 해도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글이 나를 계속 이끄지 못함은 나는 그 글에 진심이 아닌가 생각해 봅닌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주 부끄럽기도 하고 벌거벗겨지는 느낌이기도 하여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진심일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번도 글을 읽는 구독자가 많이 늘었으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이전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방법이 궁금하여 구독하셨다면 새로 시작하는 글들이 당신의 관심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기다려 주시면 자연스럽게 또 그 글을 끝맺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새로 시작하는 글이 또 언제 삶의 우선순위에 벗어 날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꼭 내 이야기를 끝내보려 합니다.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디자이너로 한 직장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일했고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남들이 보기에 부족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왔다. 그렇게까지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미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친구들 모두 직장 다닐 때 대학원 다녀야 했기에 내 20대에 초중반은 풍요로웠던 적이 없다. 그런 고된 시간을 보내고 20대 후반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였고 1년 만에 팀장이라는 위치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비록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회사 이름을 얘기하면 알정도의 규모의 크기였다. 남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교회에서였다. 우리는 교회에서 함께 자랐으며 본격으로 20살 초반에 데이트를 시작하였다. 그가 나보다 3살이 어렸기에 그 시절 내 친구들은 연하를 잡은 능력녀라며 나를 놀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7년이라는 연애 끝에 우리는 결혼하였고 남편의 공부를 위하여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나는 가난한 유학생의 삶을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유학을 나오기 전에 유학생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는 많았지만, 유학생의 와이프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더 하고자 선택한 남편 유학생 삶보다 그 여정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유학생 와이프의 삶이 왜이렇게 멀고도 길게만 느껴지는지 온 몸으로 깨닫고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신분 제도(비자) 속에서 살고 있고 또한 그 신분 들 중에서도 공부와 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학생 와이프의 삶을 지금부터 이야기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