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물이 맺히는 이유

[일상 속] 응결, 이슬점

by 유열음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이젠 너무 익숙한 마스크지만 어김없이 추워지는 겨울이면 마스크 안 쪽에 물이 맺힌다. 침인가 싶어 괜히 찝찝하기도 하지만 추워지기 전까지 이러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침은 분명히 아니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서니 안경알이 뿌옇게 되어 닦아준 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창문에도 물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창문틀에는 물이 고여있다. 창문을 닫은 후 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꺼낸다. 캔 표면에 금세 물방울이 생긴다.



안경에 김이 서리다 혹은 뿌옇게 김이 서린 창문과 같이 '김이 서리다'라는 표현은 정확히 무슨 말일까? 사전에 의하면 '수증기가 찬 기운을 받아 물방울을 지어 엉기다'라는 뜻인데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자세히 파헤쳐 보자.



초등학교 ver.


우선 '수증기'란 무엇일까?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水蒸氣 단어 속에 물(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물이다. 정확히 기체 상태인 물을 수증기라고 한다. 즉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기 속에는 물이 존재하고 있다. 공기 중에 물이 얼마만큼 있는지 궁금하다면 습도를 찾아보면 된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너무 많다면 습하다고 느낄 것이고 너무 적다면 건조하다고 느낄 것이다.


액체 상태인 물은 기체 상태로 될 수 있고 반대로 기체 상태인 물이 액체 상태로 될 수 있다. 옷에 물을 흘렸더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금방 마른다. 이렇게 액체 물질이 기체로 변한 것을 증발했다고 한다.


반대로 기체 상태의 물(수증기)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것을 응결했다고 한다. 마스크에 물이 생기고 안경알과 창문에 김 서리고 음료수 캔에 물방울이 생긴 것 모두 응결의 예시이다. 수증기가 찬 기운을 받아 물방울을 지어 엉긴 것이다. 응결이란 단어는 한자어고 순우리말로 묘사하면 '한데 모여 엉기어 뭉침'을 의미하므로 '김 서리다'와 '응결'은 똑같은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중학교 ver.


왜 응결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정의에서 말했듯이 찬 기운을 받아야 응결이 일어난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풍선을 떠올려 보라. 이 풍선 안에는 공기로 채워져 있고 앞서 말했듯이 공기 속에는 수증기가 들어있다. 풍선의 크기에 따라서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정해질 것이다. 풍선의 크기가 크면 많이 들어가고 작으면 적게 들어가고.


풍선의 크기는 온도로 조절할 수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풍선의 크기가 커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풍선의 크기는 작아진다. 온도에 따른 분자의 움직임을 떠올린다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온도를 높일수록 분자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부피가 커지고 온도를 낮추면 분자의 움직임이 더뎌지면서 부피가 줄어들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온도가 높으면 풍선이 커지니까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많아질 것이고 온도가 낮다면 풍선이 작아지므로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온도를 낮출 때이다. 온도를 낮추면 풍선이 작아지고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든다. 즉, 원래 풍선 안에 있던 수증기가 밖으로 밀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때 밖으로 밀려나간 수증기가 액체로 변하게 된다. 기체 상태에서 자리가 없으니 밀려 나가 액체로 변한 것이다.


응결 = 온도가 내려가면서 기체 상태의 물의 자리가 줄어든다. 떠밀려간 수증기는 액체 상태의 물이 되었다.


교과서 ver.


풍선 안에는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정해져 있다. 주어진 좌석이 가득 찬 상태, 매진된 상태를 우리는 포화 상태라고 부른다. 공기 속에 수증기가 더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이 꽉 찬 상태에 수증기가 얼마나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포화 수증기량을 확인하면 된다. 공기 1kg에 최대한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량을 그램(g)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앞서 풍선의 크기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 것처럼 이 포화 수증기량 역시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온도에 따른 포화 수증기량을 그림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이를 포화 수증기량 곡선이라고 부른다.


그림을 보면 15℃일 때 포화 수증기량이 12.8g/kg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15℃에서 공기 1kg에 수증기 12.8g이 최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증기량이 12.8g이더라도 15℃에서만 '공기에 가득 찼다', '공기가 포화 상태이다'라고 할 수 있다. 20℃라면 포화 수증기량 곡선 아래에 있기 때문에 '포화 상태가 아니다', '불포화 상태다'라고 한다. 이렇듯 같은 수증기량이더라도 온도에 따라 포화 상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자, 이번에는 공기를 한 번 냉각시켜보자. 그래야 응결을 만들 수 있을 테니!

우리에게 20℃인 공기 1kg 속에 12.8g의 수증기량이 있다고 하자. 그림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점에 해당한다. 이 파란 점은 빨간색으로 그려진 포화 수증기량 곡선 아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불포화 상태라고 한다.


이 공기를 15℃로 냉각시켜보자. 그러면 그 공기는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다. 원래 풍선에 빈자리가 있었는데 풍선을 냉각시키자 풍선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그대로 꽉 차게 된 것이다.


근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냉각시켜서 5℃로 만들어보자. 그러면 풍선이 더 작아지므로 포화 수증기량이 줄어들고 나머지 부분을 밀어내야 한다.

수치와 함께 정확히 보도록 하자. 5℃에서의 포화 수증기량은 6.8g/kg이다. 우리는 12.8g의 수증기를 품은 공기를 그대로 냉각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 중 6.8g만 기체 상태의 물로 남을 수 있고 나머지 6g은 액체 상태의 물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응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때 액체 상태의 물로 변한 6g을 응결량이라고 한다.


또한 12.8g의 수증기를 품은 공기는 계속 냉각시키는 과정을 볼 때, 15℃에서부터 수증기 자리가 꽉 차게 되었고 그 이후로 응결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15℃를 이슬점이라고 부른다. 즉, 이슬점은 온도를 의미하고 응결은 이슬점보다 기온이 낮아졌을 때 시작한다.


요약

겨울이 되면 마스크를 경계로 마스크 안팎의 온도 차이가 발생한다. 마스크 안은 입김으로 인해 따뜻하고 마스크 밖은 차갑다. 이때 마스크 안의 공기가 마스크에 닿으면서 차가운 기운을 받게 되고 온도가 낮아짐과 동시에 공기 중에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량이 줄어들면서 떠밀려 나간 수증기가 액체로 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