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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Nov 13. 2022

내게도 있었지

최근 애면글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결국은 고스란히 그런 마음들이 그림과 글에 나왔다.


아이들 이번 주 수업이 반쪽 그림 완성하기였다.

한 여인의 반쪽을 주고 대칭을 설명해주고 어디쯤 눈, 코, 잎을 그려야 할지 선은 연필을 눕혀 쓸 때와 세워 쓸 때, 그리고 연필의 굵기에 따라 어떤 느낌이 드는지 설명해주었다.

반쪽 여인이 프린트된 종이를 똑같이  주지만 그림을 대하는 자세는 아이들 마다 달랐다. 분명 또래보다 차분하게 잘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학년이 높은 언니가 더 잘 그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그림에 실망하는 얼굴에 내가 보였다.

금요일 3시 항상 해맑게 미술학원에 들어오는 일 학년 남자 친구가 있다.  눈만 보여도 미소가 달려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마스크 쓰는 시절에 만나 얼굴을 반쪽밖에 보지 못했다. )

 그 친구에게도 여인의 반쪽 그림을 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해줬다. 듣자마자 순식간에 그리더니 나 정말 잘 그린다며 감탄을 했다. 내가 바탕이나 넓은 곳은 목탄이란 재료를 써봐도 된다고 했다. 하도 아이들이 부러뜨려 내가 좀 심하게 뻥을 쳤다. 이 목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선생님의 선생님이 멀리 외국 가서 사 온 거라 살 수도 없으며  한국에 두 개밖에 없는 거라 정말 소중히 다뤄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너만 특별히 빌려주는 거라며 비밀스럽게 이야기해줬다. 그까짓 것은 쉽게 부러뜨렸을지도 모르는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정말 조심조심  바탕을 넓게 칠했다. 그러고는 한참을 충만한 얼굴로 그림을 바라보며 '선생님 나 진짜 잘 그리죠?' 말하는 빛나는 얼굴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다가설 때 재능과 진실의 발걸음과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던 마리아 포포바의 말이 생각났다.

 

그림 그리고 글쓰기가 좋아서 재미나서 하고 싶었던 마음들은 어디다 버려두고 이것밖에 못하나, 부끄럽다만 서랍 속에 채워두었다.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재미있다와 좋아서를 소중하게

뽀득뽀득 닦고 말려서 가까이에 다시 두려고 한다.


#글쓰기의 마음#좋아하는 마음#drawing

#기쁘다#내게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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