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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Oct 29. 2022

나도 좋아한단 말이오

낯선 택배가 왔다. 자세히 보니 미국에  출장 간 남편이 깜짝 선물로 보냈다.  교통사고도 있고

괴로운 일들이 많다 하니 울적해 말라며 보냈다.

상자 가득 실내화, 옷 양말 책, 가족들 편지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신이 난 조카들과 아이들

내 것으로 보이는 것은 검정 고무줄 한 묶음.

나도 불 들어오는 실내화 갖고 싶단 말이오.

신혼 때 남편이 정말 너무 얄미워 머리 콕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자 맘을 너무 몰라도 너무 몰랐다. 결혼해서도  알바 두 개 하면서 대학원 다니고, 남편은 야근이 많았다. 결혼을 해도 같이 밥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가끔 일찍 마주치는 날에는 같이 밥 좀 먹자 하면  오락에 빠져있었다. 내가 화가 나서 혼자 밥 먹고 올게 해도 잘 다녀오라는 사람이었다.  많이도 싸웠다.  같은 상황 에서 서운하지 않은 사람과 무척 서운해하는 사람이니 싸움의 승자는 없고 서로의 마음만 할퀴어졌다.


결국은 방법을 바꿨다. 눈 질끈 감고 남편에게 잘해주기로 했다.  어린 시절의 남편에게는 어머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삶이 고단한 어른들만 있었다.  상냥하고 친절한 세계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라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서운한 맘도 덜해졌다.  

이번에 택배 받고 ㅋㅋ  덜 잘해준 것 같다. 남편에게 좋은걸 안 사줬더니

고무줄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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