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택배가 왔다. 자세히 보니 미국에 출장 간 남편이 깜짝 선물로 보냈다. 교통사고도 있고
괴로운 일들이 많다 하니 울적해 말라며 보냈다.
상자 가득 실내화, 옷 양말 책, 가족들 편지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신이 난 조카들과 아이들
내 것으로 보이는 것은 검정 고무줄 한 묶음.
나도 불 들어오는 실내화 갖고 싶단 말이오.
신혼 때 남편이 정말 너무 얄미워 머리 콕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자 맘을 너무 몰라도 너무 몰랐다. 결혼해서도 알바 두 개 하면서 대학원 다니고, 남편은 야근이 많았다. 결혼을 해도 같이 밥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가끔 일찍 마주치는 날에는 같이 밥 좀 먹자 하면 오락에 빠져있었다. 내가 화가 나서 혼자 밥 먹고 올게 해도 잘 다녀오라는 사람이었다. 많이도 싸웠다. 같은 상황 에서 서운하지 않은 사람과 무척 서운해하는 사람이니 싸움의 승자는 없고 서로의 마음만 할퀴어졌다.
결국은 방법을 바꿨다. 눈 질끈 감고 남편에게 잘해주기로 했다. 어린 시절의 남편에게는 어머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삶이 고단한 어른들만 있었다. 상냥하고 친절한 세계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라고 생각하니 억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