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접시 Oct 15. 2022

고민 덜어 주는 이에게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갖고 숨죽여 구석진 곳에 얌전히 지내는 이가 함께 살고 있다. 대부분은 입을 '으' 하고 벌리고 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커녕 함부로 아무 곳이나 데려가 마구 이용하고서는 약속된 장소에 데려다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만 당황하며 찾아 헤맨다.

대부분은 집 밖을 벗어나지 않고, 정신없는 곳에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다. 매번 술래인 나는 찾고야 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그이를 찾아가 만난다. 그럼 기다렸다는 듯이 변신 준비를 한다. 머리 위에 달린 납작한 팔을 한 바퀴 돌아 뒤로 꺾어 제자리에 오면 빨래집게처럼 누르면 입을 그제야 다물수 있다.

괴롭히려고도 장난치려고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짝 벌어진 입안으로 손가락 끝의 손톱을 밀어 넣어 본다. 그럼 앙 하고 보란 듯이 물어 잘라 버린다. 잘라버린 손톱들도 퉤 하고 뱉어 버린다. 몇 년 전 새롭게 온 파란 갑옷을 입고 온 이는 다행히 물어버린 손톱들을 뱉어버리지 않고 사려 깊게 품어준다.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손톱을 단정하게 자르고, 손을 깨끗이 닦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구석진 곳의 친구 덕에 지난주의 한 웅큼 고민 중 손톱만큼의 고민을 덜 어내며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조금 볼 줄 알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