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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Oct 03. 2022

조금 볼 줄 알아요

남편이 얄미운 적이 많았다. 무뚝뚝하고

자상하지도 않고 기대고 싶었는데

기대기는커녕 옆에 없던 적이 많아 서운했다.


년 전 하는 일마다 안 좋았다. 몰래 사주를 보러 갔다.

철학관 아저씨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 내년쯤에 이별수가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마음을 잡고 "네?"

"왜?" 울먹이는 나를 보고는 울지 마 " 연하의 남자도 만날 수 있으니 걱정 마!"라고 말해주었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팍 하고 터졌다.

" 아뇨 저 애가 둘이나 있어요. 저는 결혼 다시 안 하고 싶어요. 지금 남편이랑 잘살고 싶어요." 눈물 콧물 쏟으며 울었더니 당황하시며 "헤어지지 않고 잘 사는 방법이 있어 주말 부부 하던지, 각방 쓰던지 아님 남편이 출장을 많이 가면 잘 넘겨." 이야기를 주워 담고 콧물을 닦으며 나왔다.


그 이야기를 품고는 몇 년간 남편이 얄밉게 굴어도 지금 내가 화내거나 싸우면 끝이 될지 몰라 혼자 상상하며 양보 많이 했다. 출장 가는걸 그렇게도 싫어했는데 출장 가는 것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별수가 있던 해도 지났다 선물처럼

남편이 아주 조금 살가워졌다


어제는 홀가분하게 콘서트를 듣고 집으로 가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돼서 답답했다. 나중에 잠깐 연락됐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너무 바쁘다며 끊었다.

결국은 통화할 시간을 놓치고 너무 늦어 잠들었다.

 

내가 일어난 아침에 아름답다며 미국 하늘 사진을 보내줬다. 핑크빛 하늘 아래 남편이 일하고 있을 공장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년 전  내게 독으로 다가왔던 말들이 어쩌면 약이었나 보다.

핑크빛에만 혹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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