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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a Aug 02. 2022

You can do it, I can do it

야 나두 할 수 있어! 

지나온 과거를 모두 되짚어 볼 수는 없지만 그 시절의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나는 꽤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무언의 감정들을 언어화시켜 텍스트로 써내려 갈 때의 자판소리나 연필과 종이의 마찰 소리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더불어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고민이 해소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냥 '나'로서의 존재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떠돌던 글자들이 문장으로 정리가 될 때, 그리고 그 문장이 내 마음에 새겨질 때에는 그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아주 큰 파도처럼 나를 덮치곤 했다. 극도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던 나였지만 이상하게도 글을 쓸 때만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았다. 여러 사람과 부대끼면서도 외로움을 느꼈던 나는 오히려 혼자서 글을 쓸 때는 외로움의 감정이 마치 증폭 뒤에 오는 증발 같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히 텍스트의 연장선이 아닌 나 자신을 알아가고 오롯이 나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혼자서 끄적이는 글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사막의 신기루나 눈앞에 보이지만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과도 같았다. 나와 다른 삶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그들만의 것이라 생각했다. 독서는 나에게 큰 기쁨과 감동, 내면의 성장이라는 선물을 주었기에 더더욱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올려다보기 힘든 산과도 같았다. 방대한 독서량도 아니었고, 글짓기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으며 말을 잘하는 편도 아녔기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된다는 속담처럼 당연히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도 지금도 나는 읽는 것만큼 쓰는 것을 좋아했고, 쓰고 싶었고, 쓰기를 원했다. 그저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 도전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쉽게 살아가려는 것은 오래된 갈증을 해결해주지 못했고 그것을 알게 된 건 편했던 일상에 익숙해진 다음이었다. 편안함이 익숙해졌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허한 감정이 찾아들었고 채워도 채워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해 감정적 피폐함을 겪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권해준 '브런치'는 가없이 찾아 헤맨 지상낙원 같았고,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선배의 말은 나의 마음에 불씨를 지펴주었다. 


그들이 나에게 준 것은 어떤 일의 성공이나 목표에 매진하는 삶이 아니라 그저 you can do it,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첫 글을 게시하기까지는 사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짧은 글들은 종종 메모해두거나 적어두었기에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올리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긴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을 적어내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첫 글을 게시한 날 나는 나의 갈증이 해소되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나의 글을 읽고 부족함을 느끼는 것조차 좋았다. 


평범했던 하루가 글감을 찾기 위한 하루가 된 이후의 삶은 매일이 특별하다. 스치듯 지나갔던 그 모든 것들을 글로 남기고 사유하고 깊이 새긴 뒤 흘려보낸다. 생각한 것들은 같이 흘러가지만 남은 글은 나의 기록이 되고 그 글들로 나는 그 계절의 냄새와 그때의 '나'를 되돌려 볼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삶에서 특별함을 찾기 위해 살다가 삶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글을 쓰고 나서부터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고, 나에게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주었으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해답도 안겨주었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하고 부족하지만 나는 이 어색하고 부족한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의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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