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ma Nov 04. 2022

정해져 있는 이별 속에 사는 우리

헤어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이별 앞에서는 늘 처절하게 무너졌다. 정말 조금의 아쉬움도 없는 이별이 있을까, 받아들이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인정하기까지의 시간은 더디다. 이런 고민들을 할 때면 늘 같은 답을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우리의 이별은 정해져 있어. 다만 늦출 뿐이지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것. 그것이 우리의 이별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당신 마음속에 남아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이별을 부정할 것이라 말했다.

우리가 육체적인 이별을 했을 때,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를 볼 수 없지만, 함께 눈을 뜨던 그때의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마주 보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없지만 서로가 좋아했던 음식을 보며 추억할 수 있다.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도 나를 사랑했던 당신의 마음이, 당신을 사랑했던 나의 마음만은 희미해지지 않으리.

언젠가 이별하게 될 우리라서 그로 인해 힘들어할 서로를 위해 당신은 이별이 정해져 있다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눈이 이별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애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