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ma Jan 13. 2023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하다

대부분의 삶은 수십 장 또는 수백 장 찍은 사진들 중에 가장 잘 나온 사진 하나를 골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듯 나의 가장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나 또한 상대방의 가장 좋은 모습만 본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발가벗은 것과 같기에 숨기고 또 숨기려 하지만, 숨기는 것이 커질수록, 누르는 것이 커질수록 반동은 더 커져서 나중에는 살갗이 다 찢어져버릴만큼 튕겨나간다. 벗겨진 몸은 다시 천하나 덧대면 가릴 수 있지만 살갗이 찢어지면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하더라도 큰 흉터가 자리잡는다. 

고민 하나 없이 살 것 처럼 보였던 사람도 깊은 고민이 있고, 늘 밝고 행복해보였던 사람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우리에게 어둡고, 음침하고, 남모를 무언가가 있다고 한들 아주 조그맣고 가벼웠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나의 그 부분을 보더라도  '괜찮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위로받고,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고 가벼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크고, 무겁고, 나를 삼키려 할 만큼 오래된 것이 있었던 나는 그것을 잘게 쪼개고 쪼개어 하나씩 붙잡고 안아주었다.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너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하나, 둘 씩 제자리를 찾아가서 나에겐 아주 조그맣고 가벼운 것만 남았다. 

누군가는 나에게 대책없는 낙관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어려운 것 없이, 고생없이 꽃밭에서만 컸을 것 같다고도 한다. 그들의 시선이, 그들의 비난이, 그들의 예측이 싫지만은 않다. 그만큼 나의 숨기고 싶은 모습들이 아주 작고, 가벼워졌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아 오히려 기쁘고, 감사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름다운 장미에 어울리지 않는 가시와도 같다. 장미가 있어 가시가 있고, 가시가 있어 장미를 지킬 수 있는 것. 정말로 완벽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無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새해라는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