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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a Dec 01. 2023

온화하고도 단단한


누군가에게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아주 적었을 때 그녀들을 만났다. '책'이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 외에는 접점이 없던 그녀들과의 만남이 '책'을 제외하면 낯설기도 했는데, 그런 우리가 벌써 3년째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내가 애정하는 그녀들에 대한 감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따뜻한 가족과 추억을 공유할 친구들이 함께하는 삶이었지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어떤 자리가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결국엔 떠나거나, 내가 밀어내는 불편한 상황들이 생겼다. 그러한 과정안에서 그곳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사람, 나에게 절망을 안겨준 사람으로 인해 꽤나 상처를 받았던 나는 지쳐있었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닫으려던 찰나 그녀들이 그곳으로 들어왔다.


처음부터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고, 아주 천천히 들어온 지도 모를 정도의 스며듦이었다. 잠시 머물다 떠나갈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녀들은 망가진 곳을 고쳐주고,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부분을 가꾸어주며 나에게 애정과 사랑에 대해 알려주었다. 우리의 천천히 쌓아 올린 우정을 발판으로, 나는 비로소 내가 되고 싶었던 온화하고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감을 알 수 있었다.


평생을 모르고 살 뻔했던 나의 감각들을 하나 둘 깨워주고 있는 그녀들이 있어 하루하루가 새롭다. 나이부터 성격까지 가지각색이지만 이 다름이 어우러져 취향이 된다. 책에 나오는 한 줄의 문장으로도 몇 시간을 이야기하고, 나의 모든 일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 3년 전만 해도 완벽한 타인이었던 우리가 온전한 친구가 되어간다. 


사계절을 함께하고, 취향을 향유하며, 우리의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쌓여가는 그 시간들은 틈하나 없이 소중해서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성격상으로도, 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나에게 숨을 불어넣고, 온기를 전달하는 시간이다. 그녀들은 알까, 내가 정말 많이 의지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 더 알까? 이제 내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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