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별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녀 Jan 05. 2024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

차를 살 때가 됐지만 사지 않는다

차 한 대를 사면 퇴직이 1년 더 늦어질 수 있다.

빨리 그만두는 게 목표인데 걸림돌을 만들 수 없다.

요즘 모든 소비의 기준은

'이 돈을 쓰면 퇴직이 며칠이 더 늦어질까?'이다.


휴가도 최대한 자제한다.

돈을 받을 수 있으면 그 방법을 택한다.

사실 일 년에 휴가를 하루도 안 가도 된다.

당직도 혼자 다 몰아하고 싶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말이다.

휴가를 쉬다 복귀하려면 되레 힘들다.

복귀 하루 전 날은 마음이 벌써 지옥이다.

구더기가 정말  무서우면 장을 안 담글 수도 있다.


슬픔으로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가기 힘들 때

일할 수 있는 마음도 힘도 없다고 느낄 때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러 나가야 하는 처지가

서러웠다.

엄마는 혹시 회사를 그만두려는 게 아닌가 애써 돌려 묻곤 하셨다.


그만둘까 생각하자 억울한 마음이 솟았다.

지금까지 20여 년을 고생했는데

남들처럼 편한 자리 한번 못 가고 돌림을 당했는데

서러웠다.

무엇보다 연봉이 최고조로 가는 이 시점에 그만두는 것은 회사만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다닌다

열심히는 아니지만 다닌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돈이 모일 때까지)

회사를 다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