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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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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Apr 02. 2024

당신이 없는, 당신의 첫 생신.

향을 피웠습니다.

찰밥에 미역국,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고기가 들어간 반찬을

준비했습니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불고, 잘라서 먹었습니다.

꽃집에 들러 꽃을 샀습니다.

예쁜 화분도 하나 샀습니다.

당신께 찾아갔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블랙에 설탕 들어간 카피를 드리고,

금강반야바라밀경을 틀어드렸습니다.

불경이 흐르는 동안 잡초와 야생화도 한가득 뽑았습니다.

할아버지 댁에 들러 집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둘러봤습니다.

마당 가득 천리향 향기가 감돌았습니다.

점심은 들깨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물김치도, 생김치도 둘 다 맛있었습니다.

관룡사에 가서 기도하고,

절을 지키는 진돗개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피어있던 벚꽃도 감상했습니다.

아, 오늘 정말

최고로 벚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부곡에 가서 오랜만에 목욕도 했습니다.

아이스 탕, 열 탕 번갈아 가니 다리가 벌게졌습니다.

나와보니 얼굴도 벌게졌습니다.

집에 다 오니 날은 이미 어둑해지고

다들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웠던 집에 불 켜고

당신이 가꾼 화단에 오늘 산 화분을 갖다 놓습니다.


오늘은

아버지,

당신이 없는

당신의 첫 생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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