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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May 14. 2024

19년을 함께한 소나타를 보내며

아빠의 마지막 차는 소나타가 됐다.

그 차가 오늘, 엄마와 내 곁을 떠났다.


"이 차는 수요가 없을 겁니다. 폐차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며칠 전,

아버지 차를 감정하러 온 모 중고차업체의 전문 평가사가 말했다.

"물론 정말 깨끗하게 썼고, 주행수도 적고 하지만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서요."

하지만 그날 감정평가사가 대신 올린

경매딜에는 무려 29명이나 참여했고, 나름 나쁘지 않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물론 차는 아빠 명의지만 운전은 엄마가 했다.

이것이 다른 집들과 매우 다른 점이긴 하다.

섭섭한 마음은 엄마가 더 컸을 것이다.

엄마 몸에 꼭 맞춰진 그 차가 이제 사라지는 것이니까.

차를 정리하자 아빠가 좋아했던 옛날 가요 테이프, 불경 테이프가 한가득 나왔다.

이젠 테이프가 들어가는 차가 없어서 들을 수도 없다.

이것 또한 버렸다.

'미련'은 가득하지만 버렸다.


탁송기사가 와서 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엄마는 아무 말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봤다.

"슬퍼?"

라고 물어도 답하지 못하셨다.

아마 울음을 삼키고 있으셨을 것이다.

엄마는 얼마 전 운전면허증을 갱신하셨다.

75세가 넘어 운전면허증도 갱신기간이 3년으로 짧다.

지난해 아빠는 치매검사와 운전면허 갱신을 하셨다.

엄마가 '운전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면허증을 들고 있냐 반납하면 돈이라도 받지' 했지만

아빠는 장롱면허를 갱신하셨다.

운전도 안 하면서 점수는 좋게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엄마는 앞으로 3년 뒤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지 않을 거라고 하신다.

나는 무조건 갱신하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지만

두려움이 커지는 엄마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빠차를 보내기 전 옛날 살던 동네를 한 번 돌고 왔다.

예전에 아빠가 내 전 차를, 아빠의 전 차를 보냈던 방법처럼.

그리고 차가 끌려갈 때, 손을 들어 인사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아빠가 떠나신 날은 음력 5월 14일이다.

차가 떠난 날은 양력 5월 14일이다.

엄마가 어떻게 날짜가 이렇게 맞췄다며.. 연인을 두 번을 보내네...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시작의 설렘보다는 마지막의 아쉬움과 슬픔이 더 커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이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피하고 싶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지 못하다.

아빠 차를 사진에는 담았지만,

차마  담지 못하는 20년 동안의 안의 냄새. 아빠의 냄새,

가족의 냄새는 담지 못했다.

하지만 기억해 낼 수 있다.

아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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