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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Aug 27. 2024

오늘의 바람은 다르다.
그렇게 또 여름이 지나간다.

방 안 온도계가 30.5도를 가리키고 있다.

덥다고 생각하겠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이다.

집 안 에어컨 온도를 28도로 맞춰놔도,

거실 에어컨 바람이 내 방까지 잘 닿지 않기에.

방안 기온이 30도 31도 정도만 되어도 시원함을 느꼈다.

그런데 내 방 온도가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도 30.5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밤의 바람이 달라졌다.

선선함이 더해졌다.

바닷바람을 타고 온 바람이 새벽에는 냉기까지 느껴진다.

한 낮 매미 소리도 성량이 줄어들었다.

밤에 잠깐 울던 귀뚜라미도 좀 더 길게 울기 시작했다.

기승을 부리던 더위는 이제 슬쩍 한 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여름이 지나간다.


일 년 전 여름의 첫날 

난 똑똑히 기억한다.

한낮의 더위가 시작되던 날이었다.

왠지 모르게 하늘을 보며

'아 이제 여름이 시작되네'

라고 혼잣말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그 계절이 시작되던 그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여름을 싫어하게 됐다.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힘없고, 너무나 슬퍼서 말이다.

이제 그 여름이 지나간다.

안 지나갈 것 같았던 일 년 전 여름도, 

올해 여름도

또 지나간다.


고맙다.

나 자신에게.

여름을 버텨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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