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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Aug 29. 2024

기념일 극혐합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그저 평온하게 지나게 해달라고

일을 벌이지도, 눈에 띄는 짓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제가 바라는 것은

무탈한 하루하루, 평범한 하루하루입니다.

다음 날 눈을 뜰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해하며

소박하게 조용히 감정의 기복을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기념일은 이런 제게 곤욕입니다.

묻어뒀던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거든요.

애써 무디게 만들었던 생각과 감정을 자극하거든요.

특별한 날이라며 생각하게, 마음 쓰게 하거든요.


내일 생일입니다.

평소 같으면 나에게 편지를 쓰며 돌아오지 못할 나이와 다가올 나이의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 사진도 찍고 글도 남기고 했을 것인데.

하기 싫습니다.

그저 내일도 또 다른 하루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 그러면서 이렇게 또 뭔가를 쓰고 있네요.

극혐 한다고 해놓고. 

의미를 두려고.

가는 세월.

오는 세월

의미를 두려고,

돌아오지 못할 것들에 

의미를 두려고,


유난히 생일을 챙기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싫은데도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고

서로 박수를 쳐가며

초를 불어가며

케이크를 자르게 만들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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