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을 통해 팔찌를 샀다가 반품하는 상황이 생겼어. 그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사업을 하고 있는 너에게 물어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너는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대처할까...
엄마가 꼰대 진상 고객인 건지....
엄마의 팔목이 굵어서 팔찌는 19cm. 맞춤 말고 기성 제품으로는 사기가 힘들지. 우연히 마음에 드는 팔찌가 있어 사이즈를 물으니 15-19까지 있다기에 19 사이즈를 주문했어.
그런데 배송되어 온 팔찌는 팔목 제일 아래쪽에 딱 맞고, 자석 잠금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자석이 분리되어 사이즈가 잘못 온 줄 알고 교환신청을 했어. 그런데 보낸 물건은 18.5라서 맞게 보낸 거고, 18.5가 19라는 거야. 더 이상 큰 것은 없다기에 교환을 취소하고 반품 신청을 하려니 시스템상 제약이 있어 안된다고...
판매자와 주고받은 문자야. 혹시 악의적인 짜깁기라 할 수 있을듯하여 거의 전부를 보여줄게.
많은 물건을 만들다 보면 몇 개는 0.5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모든 물건이 18.5이면 그걸 19 사이즈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이즈 측정한 사진을 보냈더니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르쳐 준 방법으로도 해봤어.
아무리 재보고, 엄마가 가지고 있는 다른 19 사이즈 팔찌들과 함께 착용을 해보아도 사진에서처럼 모두 차이가 났고, 그건 18 정도의 길이였어.
18.5가 19이고 맞게 보냈으니 단순변심 시 택배비를 청구한다는 말을 들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나더구나. 그리고 엄마처럼 팔목이 굵어서 19 사이즈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엄마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리뷰를 올려야겠다 마음을 먹었지. 엄마가 물건을 선택할 때 이미 그 물건을 산 사람들이 쓴 리뷰를 참고하니까.
여기서 엄마는 우리 딸 생각이 참 많이 났어. 우리 딸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그리고 엄마가 정말 꼰대 진상 고객인 건가....
엄마 손에 들려 있는 팔찌는 너무 작은데 엄마의 글과 사진들은 보지도 않은 채 18.5로 맞게 보냈고, 18.5가 19라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에서 어떻게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는 걸까... 너무 답답했어.
자신들 물건에 대한 완전한 믿음 때문일까??
엄마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하면서 사이즈 트집 잡아 택배비 내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
엄마는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반품하게 되는 것이 너무 아쉬웠는데...ㅠㅠ
결국 이런 글까지 받게 되었어.
많이 놀랍고 당황스러웠어.
얼마 안 하는 택배비 그냥 자신이 내겠다, 안 팔아도 그만이다, 싸우고 싶으면 오라, 안면 까고 싸워보자, 나이도 있는 사람이 유치하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 휴가나 가라 등등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난 뒤 급 이상한 마무리. 자신이 다 내고 다 잘못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지.....
엄마는 이 일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야.
왜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기를 쓰고 팔찌 길이가 18cm 밖에 안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까?
단순변심이면서 택배비 내지 않으려 꼼수를 쓰는 것 같이 보이나 억울해서?
0.5 정도 오차는 당연한 걸 그 정도도 모르느냐, 길이를 재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등등이 비난으로 들렸던 걸까?
젊은 사람들의 화법을 몰라서 그런 건지....
"19라고 만든 물건인데 가끔 0.5 정도 오차가 있어요."
"재는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이렇게 늘어 뜨리고 재보세요."
"18이라고 하니 고객님에게는 유난히 작은 게 간 것 같아요."
이런 건 나 같은 중늙은이의 화법인 걸까??
판매자의 태도가 내 기준과 다르다는, 아니 내 기준이 옳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잘못된 것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
판매장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봤어.
분명 내 물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제대로 보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한 트집을 잡는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품 안 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해 준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지??? 그냥 물건 보내고 환불받으면 될 것을. 리뷰를 쓰겠다고? 이거 뭐 얼마 하지도 않는 팔찌에 기를 쓰고 덤벼드는 건 뭐지? 왜 싸움을 걸지?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
내가 옳고 맞다고 고집하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읽고 싶은 것만 읽는 편협한 사람인 건지...
나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꼰대에 진상인 건지....
그러면서 고객을 상대하며 일을 하는 우리 딸 생각이 많이 났어.
평생 월급쟁이로 살고 있는 엄마에게 장사, 사업 이런 것은 낯설고 무지의 세상이거든.
그렇지만 엄마는 우리 딸에게 부탁하고 싶어.
너의 작품에 대한 무한 신뢰와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잃지 않기를 바라.
엄마가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라는 고객을 통해 사업가로서 너를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그리고 판매자의 입장에서 고객인 엄마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해서 엄마가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어른다울 수 있도록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