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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Feb 25. 2021

돌아온 남상사

농민의원이라고 하면 망한다구



 2011년 간호조무사 면접을 하는 자리였다. 당당하게 들어온 이 여성은 가방을 옆에 내려놓더니 자리에 앉아서 “물어보실 거 있음 물어 보세요” 했다. 함께 면접을 보러 왔던 다른 분은 이분은 아마 면접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긴 세 번째 입사하는 자리여서 이전에 차장까지 지냈었고 직원들도 익숙해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들락날락한 것 같지만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었는데 아이들이 좀 자라서 다시 안성 의료협동조합으로 들어오려 하는 중이었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직원을 채용할 때는 공정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시 면접을 보았고 당당히 합격을 했다.

 누구에게나 내 얘기 다 들어주고 마음으로 공감해줄 것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지 않을까? 이 친구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 한의원으로 입사하였는데 침구실에서 환자분들을 마음으로 돌봐드리고 힘든 일도 척척 해내어 침구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말투가 사근사근하거나 간을 다 빼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위인은 아니다. 본인의 존재가 당당하고 상대방도 소중히 여기는 느낌이랄까.

 이 친구는 96년에 입사했으니 개원 후 2년 만에 들어온, 거의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도 소중한 멤버로 대접받고 환자분들을 위하는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즐거웠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았어서 아직까지도 만나고 있다. 초장기라 의료기관 실무자지만 조합소식지 만드는 일에도 참여해 조합원 탐방을 가서 그 분 사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던 기억, 최우수실무자로 선정되어 일본의료생협 견학을 다녀왔던 일, 다녀오니 당시 초대 이사장이었던 이수청 이사장님이 잘 다녀왔냐고 전화까지 해주셨던 푸근함, 어린이 건강학교를 직접 진행해 본 경험 등이 이후의 많은 어려움에도 ‘의료협동조합맨’이 되게 한 듯하다. 2011년 면접 장소에서 이 친구를 처음 만난 이정찬 이사장님은 그의 당당함에 신선함을 느껴 ‘돌아온 남상사’라 부르곤 했다.

 2019년 이 친구는 휴직을 하고 1년 간 방문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였다. 2020년부터 방문간호조무로서  안성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커뮤니티 케어(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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