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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드레아 Sep 10. 2020

음악,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마법

영화 '비긴 어게인'을 고찰하다

영화 '비긴 어게인'을 처음 접한 장소는 다름 아닌 좁디좁은 비행기 안이었다. 

나는 그때 유학 중으로 아내와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퇴근 후 난생처음 '혼영'에 성공했다며 추천했던 작품이 바로 '비긴 어게인'이었다.

'비긴 어게인' 존 카니 감독의 전작인 '원스'에 꽤 실망해 있던 나는 

아내의 추천에도 이 영화를 보기를 그저 미뤄 두고만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에서 긴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플레이했던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는 

그렇게 작은 기내 스크린과 비행기 소음이 윙윙대는 열악한 환경에서 볼 영화가 아니었다. 

비행기가 인천에 내릴 때까지 '비긴 어게인'의 여운이 계속 남아 있었을 정도로 좋았다.


'그레타'는 대형 레이블과 계약에 성공하게 된 남자 친구 '데이브'와 뉴욕에 입성한다.

데이브는 자신과 같이 음악을 하는 그레타를 자신의 뮤즈라고 거창하게 소개하지만 

레이블 직원들에게 그레타란 존재는 데이브의 성공에 있어 불필요하고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레타에 대한 그들의 케어는 진정성 없이 표면적일 뿐이다.

데이브와 레이블 직원 '밈'의 관계가 부적절해짐을 안 그레타는 실망감을 가득 안고 데이브를 떠난다. 

슬픔에 잠겨 그레타는 친구 '스티브'의 권유로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그녀의 음악을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게 되고 그러한 그녀의 노래를 우연히 접하게 된 

한물 간 앨범 제작자 '댄'이 그녀에게 접근하며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 포인트에서 영화는 비로소 '비긴 어게인'된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로서의 평범한 길을 충실히 걷는다. 

미래가 딱히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방향이 옳다고는 굳게 믿는 인물들이 성장해가는 스토리, 

새로운 트렌드 음악을 거부하고 이전의 클래식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클리쉐스러운 설정 등 도무지 신선하지 않아 보이는 흐름을 

이 영화는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적재적소에 파고드는 말 그대로 그저 '좋은 음악'과 

뉴욕 곳곳을 세트로 쓰는 '비주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장면과 대사들로 

음악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영화는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우리는 그것에 동조하며 빠져 든다. 


그레타와 댄은 2인용 이어폰 선을 함께 나눠 끼고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들으며 

뉴욕 맨해튼 한복판을 활보한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난 뒤 공원에 앉아 쉬면서 댄이 말한다.




"음악은 정말 특별해.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거든"



댄의 대사와 함께 보여지는 평범한 공원의 전경은 정말로 댄의 말처럼 음악이 삽입되면서 특별하게 변한다. 

존 카니 감독은 댄의 대사와 함께 상황이 진주처럼 변하는 장면을 정말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댄의 대사를 실제로 납득시킨다. 

이러한 감독의 음악에 대한 진실성에 

데이브 역의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가 담긴 'Lost Stars'까지 곁들여지면 

우리는 도무지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성장 스토리의 정석대로 그레타와 댄의 앨범이 호평을 받으며 끝난다. 

그레타가 대형 레이블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조차도 어쩌면 굉장히 상투적이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배치된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영화의 OST 리스트들과 

우리가 음악을 사랑한다는 감정들을 그레타와 댄을 통해 불러일으킨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한, 전형적인 스토리의 구성 속에서도 영화 종반부는 그레타가 미련 없이 데이브를 떠나는 모습, 

그레타와 댄이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알면서도 '여기까지'라며 선을 긋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다행히도 판에 박힌 모습만으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다 된 '비긴 어게인'에 '러브'라는 재를 뿌리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워"


나의 감정은 음악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또한 음악이 내 감정을 조금 더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즐거울 때나, 우울할 때나 내 옆에 음악이 없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걸,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거란 걸 '비긴 어게인'은 보여준다.

지금도 '비긴 어게인'의 OST를 에어팟에 플레이하고 출근길에 오를 때면 

리스트의 모든 음악들이 그레타의 목소리로 가득 찬 뉴욕의 곳곳을 기분 좋게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보는 순간, 그리고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나 또한 뉴욕의 그레타가 되게 만드는 

영화 '비긴 어게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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