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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네 Sep 15. 2020

어둠, 지워내다

고구마는 지금  광합성 중입니다


오랫동안 땅 속에만 있어서 축축합니다

그 축축함을 그대로 상자 속에 가두면
바로 썩을 수 있다 합니다

친척이 지나가는 길에 이제 막 캤다며
한 상자 주고 갑니다
정성 가득한 이 고구마를 오래오래 맛있게 먹고 싶어서 채반을 꺼냈습니다

쨍한 햇볕 한가운데 널어 둡니다

가끔 위아래로 뒤집어 주기도 합니다

좋은 것을 오래 보관한다는 것은
약간의 수고로움이
약간의 부지런함이
약간의 정성스럼이
필요한가 봅니다.

갑자기 땅 위로 올라와서 어리둥절한 고구마를 적응시키는 과정 같습니다

어두운 땅속의 축축한 흔적을 지워내야 땅 위의 세계에 오래 있을 수 봅니다

고구마도 그러한데 어둠에  빠져 있던 사람은 얼마나  많은 적응시간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밝음 속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밝음이 불편할지도 모르죠.
어둠을 지워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러나 조금만 더 견뎌봐야 할 일입니다.
어둠보단 밝음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음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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