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내가.
나는 누군가에게 내 삶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한다.
가장 잘 사는 순간을
매일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내게는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평범함이 어느새 삶에 스며있었다. 그리고 나는 '보통은 기적'이라며 매일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신혼을 충분히 누린 뒤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왔다. 마치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 결혼을 하고 임신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나만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유별나게 시간을 보냈다. 그 유별남은 나를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개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할 수 있을 때에 일하고 일할 수 없을 때에 이미 쌓아둔 양식으로 넉넉히 살아가며, 필요 이상으로 쉬지도 않는다. 싱어송라이터로, 그리고 강연자로 살아가던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쩍 줄어든 일정으로 해결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린 겨울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겐 '해결된 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리지 않고 일했고, 최선을 다해 아내에게 충성했다. 그리고 임신한 아내의 마음을 위로할 무언가가 더 필요했기에 글을 썼다. 내 슬로건은 '태아의 필요는 엄마가 채우고, 엄마의 필요는 아빠가 채운다.'였다. 아내가 태아를 위해 애쓰는 만큼 나도 아내를 위해 애쓰고 싶었다.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함보단 나만 편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해야 더 맞다.
임신·출산·육아는 마치 12라는 숫자를 향해 돌고 도는 시곗바늘 같아서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어 숨 고를 틈 없이 경주가 이어진다. 하루에 두 바퀴 느릿하게 도는 시침이 남편이라면 하루에 스물네 바퀴를 서둘러 돌아야 하는 분침은 아내와 닮았다. 부부가 함께 겪는 임신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 앞에 아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더 크고 많다는 건 참으로 유감이다. 그런 아내에게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글을 낳았다. 관심하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면 지혜가 쌓인다. 수북이 쌓인 남편의 노력은 폭풍 속에 있는 아내의 기쁨이 되어 미소를 만들어 낼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아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모와 태아를 위한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글을 본 많은 분들께서 책으로 출간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투고'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속물 같지만 출판업계 매출 순위표를 찾고, 상위권 출판사 몇 곳에 원고를 투고했다. 며칠 안돼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틀 후 출판 계약을 완료했다.
328p의 분량을 열 번 넘게 정독하며 교정했고, 출판사로부터 온 디자인을 수도 없이 수정했다. 출판사는 나를 진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뒤로 가면 갈수록 서로 지쳐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출간 한 지 며칠 안돼 서로의 수고를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었다. 큰 의미는 없다지만 검색하면 나오는 베스트셀러 딱지를 겟했고, 국내 최대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 분야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책 구매 링크로 뜨는 땡땡문고 사이트에 가니 내 책이 전국 땡땡문고에 입고가 되어 있었다. 믿어지지가 않아서 직접 찾아가 보니 정말로 진열돼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내가 보며 공부했던 책들 사이에 말이다.
이야, 평범함을 넘어 특별한 삶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초예민 베이비를 만난 우린 아기 첫돌이 지난 지금도 좀비모드로, 초절전모드로 하루를 살아갈 만큼 육아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도 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하고, 세상에서 우리 아기가 가장 예쁘다. 객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런데 내 아기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다. 아기를 낳고 보니 스스로가 더욱더 존귀해진다. 부모 된 내가 아기를 사랑하는 만큼 '나'의 태어남 또한 축복이었겠고 나도 부모님께 이런 사랑과 돌봄 받으며 자랐겠지 생각하니 내 스스로가 더 소중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떤 누구라도 '돌보아주는 이'에게 이런 사랑받으며 자랐을 테니. 어떤 누구라도 목숨도 안 아까울 만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절대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우린 모두 소중하다.
절대적으로 행복해야 할 임신기, 생존을 넘어 아름다운 공존이 되길 바란다. 반짝이는 임신기가 되길 바란다. 임신기에 남편이 얼마나 노력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언제 돌아보아도 후회되지 않을 만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