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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Feb 16. 2023

알랭 드 보통 - 불안

내게서의 불안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미래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동료나 경쟁자 때문에 좌절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선택한 목표를 이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고, 굽이치는 시장의 파도 속에서 재수 없는 흐름에 말려들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의 실패는 동료의 성공 가능성 때문에 더 심각해 보일 수도 있다. p.117


 불안은 타인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비춰질 때 불안이란 감정이 피어난다고 한다. 끊임없는 비교는 스스로를 수면 아래로 던져버리지만, 멈추지 않고 남에게서 나를 투영시킨다. '행복하다', '기쁘다'와 같은 감정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남에게서 기준을 세우곤 한다. 


 '왜 그런가?' 


 아마도 자존감과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이룬 성취들이나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한 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내린 족쇄 혹자는 형벌은 아닐지.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사랑은 감사의 유대에 의해 유지되지만, 사람은 지나치게 이해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가 생기기만 하면 이 유대를 끊어버린다. 그러나 공포는 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지되며 이것은 늘 효과적이다.(마키아벨리) p.125


그렇다고 스스로를 공포의 대상으로써 여겨지고 싶지만은 않다. 사랑이라는 불완전한 형태의 유대로 놓여져 있는 형체만으로도 우리는 더 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에 앉아 모래성을 쌓는다. 물기 머금은 모레는 더 높이 쌓을 수 있지만, 언제 파도가 칠 줄 몰라 노심초사 한다. 물과 멀리 떨어진 모래는 잘 뭉쳐지지 않아 높게 쌓아지지 못하지만 안전하다. 우리는 저 높은 곳까지 쌓아올려야 할까? 커질수록 불안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흐느끼기도 하고, 실적 미달에 대한 두려움을 술로 달래기도 하며, 해고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p.135


 불안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발버둥치다가 숨을 쉬러 올라가길 반복한다. 피고용자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으나, 결국에 우리는 계약이란 관계로 맺어진 유대가 일시적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며 선택해야한다.


철학은 불안도 종류에 따라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불안 때문에 잠 못이루며 성공을 거둔 불면증 환자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듯이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불안에 떠는 사람일 수도 있다.
p.150


불안은 어쩌면 안주함을 저항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2월 16일 목요일 오후 1시 제주도에서 글을 쓰는 중이다.


하늘은 흐리고 놓여진 수평선으로 나눠져 있는 두 가지의 색감을 본다.



불안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나에게 투영하면서 말을 머금어본다. 


내가 내린 결론으로써의 불안감이란 스테로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이름 모를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며 나의 위치를 자각할 수 있었다.


불안을 통해서 나의 다음을 생각했고, 초기의 불안은 계속해서 전이되곤 했다.


어느샌가 뒤돌아봤을 때, 조급함과 우울감을 머금은 불안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도 했음을 인지하게 한다.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지 못할거라는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연료같은 것이다.


내게 불안은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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