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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민수 Jun 25. 2020

곧 아기가 태어날 거야

<동생이 태어날 거야 / 존 버닝햄, 헬렌 옥슨버리 / 웅진>

출산이 임박한 부부와 반려견이 등장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반려견에게 자칫 ‘아기’라는 새 가족의 등장은 위협과 불안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친밀감을 형성하고, 안정감을 심어주고, 아기를 함께 돌봐야 할 존재로 인식시켜주는 과정을 담아낸 프로그램이었어요. 인간 동생을 맞이하게 된 개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태어난 아기를 아끼고 돌보려 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동생을 갖게 될 현실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동생이 태어날 거야>는 존 버닝햄이 글을 쓰고 아내 헬렌 옥슨버리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 부부인 두 사람이 2010년 함께 펴낸 첫 그림책이지요. 둘에게는 세 자녀와 여러 손자들이 있는데, 노년에 손자들을 위한 그림책을 많이 펴냈지요. 헬렌 옥슨버리는 그림책 서두에 ‘클라라와 에밀에게 사랑을 담아’라고 써 두었는데, 또렷한 선과 색감으로 구현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아마도 손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첫 장면에는 주인공 엄마와 아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동생이 곧 태어날 거야.”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묻기 시작하지요. “언제요?”, “이름을 뭐라고 할 거예요?” 엄마는 아이의 물음에 차분하게 대답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림책 장면은 계속 바뀝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고 식당에도 가고 미술관에도 가고 고궁에도, 동물원에도, 바닷가에도 갑니다. 


엄마와 아이가 다정하고 밀도 있는 시간을 나누는 동안에도 아이는 계속 질문합니다. “동생은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요?” 같은 질문 말이에요. 아이는 동생이 화가가 되는 상상, 동물원에서 일하는 상상, 선원이 되는 상상, 은행원이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때마다 상상 속 동생의 모습이 재미나게 그려집니다. 야무지게 생긴 아기가 어른처럼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다가 동물들과 신나게 놀게 된다든가, 아기가 은행원이 되어 동전을 세다가 동전으로 탑을 쌓는다든가 말입니다. 네, 이 그림책은 현실과 상상이 반복되는 구조이지요. 


그러다가 아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엄마, 아기한테 오지 말라고 하면 안 돼요?” 아마도 동생이 생기는 게 걱정이 되어서겠지요. 새로운 존재를 맞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운 일이니까요.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엄마는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가고.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찾아가게 됩니다. 엄마에게 드릴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서, 병실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다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지요. 그 병실 문을 열면 아이는 동생을 만날 거고, 아이 인생의 새로운 막이 오르겠지요. 


이 그림책을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아이의 설렘과 두려움이 드러나 있고, 담담하게 아이와 일상을 함께하면서 아이를 배려하는 엄마의 마음이 드러나 있습니다. 또 책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글을 쓴 작가 할아버지가 아이의 마음을 차분히 어루만져 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이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이며, 또 사랑해 주어야 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겠지요? 아기를 기다리는 가족의 따뜻한 마음, 간질간질 애정이 샘솟게 하는 아기의 미소가 자꾸만 상상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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