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프고 싶어 /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글 /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
초등학교 2학년, 처음 안경을 쓰던 날이 기억납니다.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쓰게 된 것뿐인데, 멋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곁에서 자기도 안경을 사 달라고 떼쓰는 동생을 보면서, 조금 우쭐했던 것도 같습니다. 심지어 동생은 안경을 쓰고 싶어서, 자기도 눈이 나빠지면 좋겠다고 울먹거렸답니다.
그림책 <나도 아프고 싶어!>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제 동생을 닮았어요. 오빠가 아픈 걸 오히려 부러워하거든요. 엘리자베스는 식구들이 모두 오빠만 신경 써 주고 자기는 뒷전이라면서 불만을 터뜨립니다. “이건 불공평해!” 하며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아프고 싶어!” 하고 외치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자베스의 바람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는 사이 오빠는 아픈 게 다 나아서 싱글벙글합니다. 오빠는 혼자서 이불을 개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숙제도 하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물고기에게 먹이도 주었다지요. 오빠가 아플 때 엘리자베스는 하기 싫었던 일들이에요. 엘리자베스는 다시 불만을 터뜨립니다. “이건 불공평해!”
이 그림책의 매력은 표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나도 아프고 싶어!’ 제목 아래, 고양이로 표현된 엘리자베스의 뾰로통한 표정을 보세요. 삐뚤빼뚤 펜 선에 듬성듬성 색칠이 되어 있는데도, 주인공 마음의 변화가 생동감 있게 표현됩니다. 엘리자베스가 이랬다 저랬다 미운 말을 하는데도 밉지가 않습니다. 솔직하고 철이 없어서 더 사랑스럽고, 더 웃음이 납니다. 오빠가 하는 게 다 좋아 보여서, 심지어 나도 아프고 싶다고 외치는 동생을 이처럼 잘 표현한 그림책이 또 있을까요?
그림을 그린 알리키 브란덴베르크와 글을 쓴 프란츠 브란덴베르크는 부부 작가입니다. 알리키의 대표작으로는 대화, 감정, 예의를 차례로 다룬 인성 그림책 시리즈가 있고요. 셰익스피어나 이집트 미라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정보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알리키는 어린이의 수준에 꼭 맞게 정보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합니다. <나도 아프고 싶어>는 귀여운 질투에 휩싸인 동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도, 아플 때는 빨리 낫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끝을 맺어 줍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저는 안경을 썼습니다. 심지어 시력이 점점 더 나빠졌지요. 그러나 안경을 쓰는 일은 우쭐할 일이 아니었어요.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서면 안경에 김이 서리고요. 수영장에서는 도수를 맞춘 특수 물안경을 써야만 했지요. 안경을 쓰고 싶어 하던 동생은 시력이 좋아서, 어른이 된 후에도 안경이 필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