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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진 Jan 15. 2024

한식 세계화의 배경과 한식

한식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2014년 작성)


1. 한식 세계화의 배경, 현황 및 필요성


2007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위치한 나파 밸리에서 특별한 만찬이 있었다. 나파 밸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이자 미식의 메카로 세계의 맛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국제적 수준의 고급 식문화를 나누는 고품격 소비문화의 본거지이다. 그 만찬은 전통 도자기 기업의 대표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계승 및 발전을 꿈꾸는 국내의 한 사업가에 의해 2년의 기간 동안 철저히 기획되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만찬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 만찬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안목 높은 사람들에게 낯설기 그지없었던 한식이라는 문화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성공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소식은 미국 언론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되었으며 이후 ‘한식 세계화’라는 이슈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08년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라는 이슈를 정부 정책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렇다 할 청사진 없이 급조된 범국가적 사업은 오늘날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진행되었던 사업은 사실 국가정책으로 배당된 3000억이라는 기금을 받기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된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한식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자 문화로 지금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식세계화 사업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식을 포괄하는 식문화에 대한 고찰 없이 이윤만을 쫓는 근시안적 접근만을 강조한 탓이다.


한식세계화 공식 포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세계 식품산업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보통신, 자동차, 철강 산업보다 규모가 크고,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중요 산업으로 구분된다. 09년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시장규모로 정보통신 3.5조, 자동차 1.6조, 철강 0.5조 달러인 반면 식품 산업은 4.9조 달러로 집계되어 있으며 그중 절반에 달하는 부분이 외식 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로 환산 시 약 5000조에 육박하는 세계시장에서 한식이 어떻게 세계 미식국들의 각축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논해보고자 한다.


광주요 나파밸리 연회


2. 한식만의 독특한 특징


문명의 발전은 영양부족의 시대에서 영양과잉의 시대로 이끌었다. 여전히 세계의 많은 인구가 기아에 시달리는 반면에 선진국들은 화학 첨가물로 범벅된 가공식품의 지나친 섭취로 비만, 심장병 등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모건 스펄록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영국이 배출한 최고의 요리사이자 세계적인 음식 혁명가로 알려진 제이미 올리버는 TED강연에서 이에 경종을 울린다.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살인, 강력범죄로 인한 사망보다도 식습관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약 5배에 달하는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며 지난 30년간 변해버린 서양인의 식생활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인의 식습관이 분명히 바뀌어야 함을 강하게 역설하는 것이다.


한식은 곡류인 주식과 함께 식물성, 동물성 재료로 만든 다양한 반찬으로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채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은 육류 소비를 줄이며 무기질과 식이섬유 등 만성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한식은 발효 식품의 보고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또한 발효를 소금, 양념에 이어 세계를 사로잡을 제3의 맛이라고 주장 한 바 있다. 즉 이 같은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식은 그 자체로 세계 어느 식문화보다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김치가 선정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예부터 오늘날까지 만들어 먹어온 음식의 대부분이 발효음식이라는 사실은 미식 즉 ‘맛’에 관한 측면에서도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3. 한식의 개념 재정의


그러나 이 같은 한식의 독보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식은 세계에 알리는데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한식 세계화를 외치는 주체들의 식문화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을 들 수 있다. 한식이라는 식문화에 대한 고찰 없이 음식의 원형만을 강조하는 보수주의가 그 예이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가이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별을 획득한 임정식 셰프 또한 사업 초기에 국내 한식 연구가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가 지향하는 ‘뉴 코리안 다이닝’은 전통 한식과 다르기에 진정한 한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식문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다. 나파밸리의 만찬을 이끌었던 자타공인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인 조태권 대표 또한 “이런 편견이 있는 한 새로운 한식의 탄생은 어렵다. 한식의 창의적인 개발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식의 진화가 촉진된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즐기는 치즈들은 세계에서 소비되는 치즈의 종류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럽 등 서양인들이 즐기는 치즈는 흔히 악취가 풍긴다는 표현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발효음식은 그 정도에 따라 삭힌 홍어와 같은 경우 한국인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발효음식에 관한 경험이 없는 서양인에게 김치, 된장 같은 원형 그 자체로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한식을 알리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인이 한식에 대해 아는 것은 김치와 비빔밥뿐 그마저도 그들이 즐겨 찾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한식의 원형에 집착하기보다 한식이라는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현지에 맞는 창조적인 변형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중식으로 구분되는 자장면이 실상 중국에는 없듯, 한국에서 까르보나라라고 불리는 파스타는 이탈리아에 없다. 한국에서 까르보나라는 크림파스타와 동의어이다. 그러나 까르보나라의 원형은 베이컨과 달걀노른자, 후추 단 3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이 까르보나라가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견이 없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이 까르보나라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그 원형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더불어 다른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관심과 수요 또한 수평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우리는 본다. 즉, 우리의 한식 또한 전통음식의 형태에 국한된 개념이 아닌 한식만이 갖는 고유의 특징, 이미지와 같은 더 넓은 범위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 추가기사 2년 뒤, 2016년

한식은 없고 한류만 가득한 ‘한식 세계화’


K-FOOD 명칭이 농‧식품부의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류가 대중문화 콘텐츠를 넘어 장르 확장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한류 아닌 게 없어져버린 상황이다. K-FOOD 네이밍도 K 브랜드를 이어 붙인 것”이라며 “해외에서 한식은 한류 관련 메뉴를 지칭하는 용어처럼 쓰인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주도 브랜드 만들기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프랑스 치즈코너에 수백 가지 치즈가 경쟁하듯 국내 식품도 해외 슈퍼에서 그들끼리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부가 주도해 특정 식품을 정해 K 브랜드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가 주인공이 되려 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아 한국에서는 비빔밥을 이렇게 먹는구나~

대부분 실패하는 문화 행사들의 원인은 보통 어떤 경험이나 열의의 부족이라기보다, 본질이 아닌 이벤트 자체에 집중하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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