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니 가을.
친구가 선물했던,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가방 안에 가을 부스러기가 나뒹군다.
저번 주 화요일과 목요일 점심시간이었을 거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낮잠의 계절이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회사 근처를 걸었던 게. 옆으로는 전철이 그리고 맞은편엔 신축공사 현장이 도시의 고요를 앗아간 한적한 공원에서 따분한 걷기를 했다. 발걸음에 나부끼는 낙엽 소리는 소음에 끼지도 못할 만큼 하찮았고 생각 없이 투덜대기 좋은 점심시간이었다.
'퇴근! 퇴근하고 싶다 -. '
이젠 습관이 되어버린 네잎클로버 찾기. 아무 곳에 쭈그려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푸른 잔디도 없고 초록색도 없는 마른 낙엽 위에서 손가락 하나를 세워 휘휘 훑어봤다. 당연히 있을 리 없지만, 눈에 띄는 샛노란 낙엽 하나를 집어 들었다. 화요일의 점심이었다. 목요일 점심엔 주황색과 빨간색이 서로를 물들여가는 작고 동그란 낙엽을 주웠다.
수첩에 꽂아 두었던 낙엽이 가방 안에서 마른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부서졌다. 분홍색 가방 안에 작은 가을, 부서진 낙엽. 가을의 부스러기가 가방 안에서 꼬수운 냄새를 풍기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고 귀여운 일이다. 굳이 정리하지 않고 볼펜과 수첩, 읽다 만 책에 가을이 잘 버무려 지기를 두고 보기로 했다. 괴짜 같은 상상을 하면서 흔들리는 가방에 귀 기울여 바스락 소리를 듣는 일.
올해 가을은 이걸로 아쉬움을 털어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