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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한 펭귄 Aug 08. 2024

펭귄은 바다에서 멋지게 날잖아

자신의 정신질환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곳

 

펭귄의 날개는 원래의 쓰임인 ‘비행’을 할 수 없는 새다. 그렇지만 바다에서는 멋지게 날 수 있다. 바다는 우리가 내려다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펭귄에게는 자신보다 한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인간들을 재빠르게 따돌리며 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펭귄이 날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날개의 쓰임과 쓸모를 섣불리 재단하는 지극히 인간 중심의 생각이었다. 이처럼 청년들에게도 아직 쓰임과 쓸모를 찾지 못해 그저 구겨져서 방치되어 있는 자신만의 날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힘껏 펼칠 날개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날개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지금 나의 불안과 방황의 나날이 나의 날개에 맞는 쓰임과 쓸모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날개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모두 자신에게 이미 숨겨진 날개를 꺼내 수시로 쓸고 닦고 위로하며, 쓰임과 쓸모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쓰임과 쓸모를 끝끝내 찾지 못해도 어떠한가. 이미 날개는 주어져 있다. ‘비행’의 기능 외에 정답이 주어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날개에 멋진 쓰임과 쓸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질환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지지하고 의지하는 곳, ‘펭귄의 날갯짓’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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