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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y 싸이 Jun 03. 2024

영주권이 뭐라고 4

라오스 영주권을 따내기 위한 처절한 사투

2023년 4월


한국은 이러나저러나 라오스보다는 행정서비스가 발달한 나라다. 범죄수사경력회보서, 가족관계증명서는 인터넷으로 영문본을 쉽게 발급받았고, 여권과 주민등록증 사본도 영문으로 번역해서 공증, 영사확인까지 대행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4개 문서를 번역, 공증, 영사확인까지 해서 라오스까지 FedEx로 보내주는 비용이 345,400원. 일주일도 안 되어 서류를 받았다. 5월 말에 라오스 공무원 연수 통역차 한국 가는 길에 잘하면 서류 일체를 들고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2023년 11월


역시 섣부른 기대는 금물. 한국에서 받아온 서류들을 이제 라오어로 번역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명색이 본인이 번역가면서 이걸 남에게 맡기는 게 사실 좀 아까웠다. 번역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번역공증도장을 찍어줄 수 있는 업체를 알아보기까지 하고서는 갑자기 본업이 바빠지는 바람에 5월의 한국행에는 서류를 준비해 가지 못했다. 6월까지 거의 한 달을 한국에서 보내고 돌아와 9월에 이르는 내내 통번역 일이 이어졌고, 10월에는 좀 길게 여행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영주권 서류철은 들춰보지도 못한 채 다시 11월이 되어버렸다. 즉 비자 갱신을 또 해야 한다는 이야기. 라오스가 이렇게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나라다. 어어어하다 보면 몇 달은 이렇게 예사로 훅 간다. 새로 비자를 받았으니 이제 또 1년의 여유가 생긴 거다. 과연 이 1년이 여유인 것일까 싶긴 하지만.


한국발급 서류들을 내가 자발적으로 번역하기를 기다리다가는 늙어 죽을 때까지 영영 영주권을 못 받을 것 같아서 이것도 그냥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번역비는 120만 낍, 60불이 채 안 된다. 맡긴 지 3일만에 번역본이 나왔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이제 모든 서류가 준비되었다. 라오스에서 모든 행정처리의 출발점은 헝깐반(ຫ້ອງການບ້ານ 동사무소)이다. 10년 넘게 이 동네 살았던 터라 그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이반(ນາຍບ້ານ 동장,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종신직이다) 확인도장을 받는 건 아주 쉬웠다. 홍삼선물세트를 하나 사들고 간 헝깐반에서 나이반 아저씨는 왜 이제야 영주권 신청을 하냐며, 저기 화장품 가게 하는 니 친구는 벌써 예전에 서류 해 갔다는 TMI까지 풀어놓으신다. 화장품 가게가 아니고 성형클리닉 하는 앨걸요 ㅎㅎ 나이들면 기억이 왔다갔다 하는 건 나도 충분히 이해가는 나이가 되었다. 수수료는 5만 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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