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25년, 세계 정부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모든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을 금지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전기자동차 시대로 진입했지만 라오스는 여전히 내연기관으로 굴러가는 차가 훨씬 많았다. 다행인 건 이 지역의 생체공학 기술이 무척이나 발달해서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일종의 위장관 역할을 하는 간단한 이중 입구 생체 튜브 장치의 한쪽 입구를 전통적 내연기관의 배기구에 부착하고 다른 한쪽을 가정의 분변을 모아둔 카트리지(재활용, 재충전 가능)에 연결하면, 차가 달리는 내내 배기가스와 분변을 잘 섞고 소화시켜 인간 똥독이 제거된 오줌과 함수율이 극히 낮은 초건조된똥으로 분리배출하는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과정에서 방귀도 조금씩 나오긴 하지만, 라오스 자치정부는, 이 방귀는 엄연한 생체기관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배기가스와는 원천적으로 다른 종류의 것이며, 이 방귀마저 규제해야 한다면 이 지구 상 전 인류와 동물의 방귀 전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세계 정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
잘 마른 제주도 말똥과 비슷한 이 차똥과 상당한 미네랄을 함유한 차오줌은 여전히 농업이 인구의 70%를 먹여 살리는 라오스에서 농업 및 에너지 분야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었고, 정부는 차량분뇨공유법을 도입하여 주정차 중인 차량의 차똥과 차오줌을 누구나 가져가 쓸 수 있도록 하였다.
법에 따라 차똥은 노출된 공간으로 배출해야 했기 때문에, 수 세기 전에 유행하던 말똥받이가 차량과 어울리는 모양을 하고 되돌아오게 되었다. 천연 물소가죽으로 세련된 차똥받이를 주문 생산하는 라오스 최고의 차똥받이 장인은 싸이 옹으로, 루앙파방의 한 시골마을에서 혼자 외로이 수십 년간 손바느질을 하고 있는 그가 차량생체위장관시스템의 핵심기술인 슈퍼 대장균의 최초 공여자라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시스템의 핵심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전설적인 '초된똥을 누는 자'는 사실 한국인, 이라는 루머가 전해져 올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