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마음을 속이다

by 새벽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행복하게 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힘들다.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을 먹어도 아주 사소한 일로 마음은 금방 나락으로 곤두박칠 치는 것이다. 나를 건드리고 시비가 붙고... 그날은 행복해야 할 자리가 0이 된다. 하루를 잘 살았다 싶어도 머리를 뉘인 머리맡에는 오늘을 잘 살지 못해 아쉽다거나 그 일은 없었으면 싶었다 하는 약간의 후회가 있었다.

마음의 관한 얘기는 언제나 퍽 흥미로웠다. 마음이란 게 어떤 걸까 고민하다 보니 나름대로의 정의가 내려졌다. '희로애락의 저장고'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 중 단연 상위권의 감정은 분노, 외로움, 억울함 같은 별로 좋지 못한 종류의 감정이었는데 현실이 이렇다 보니 도대체 내 인생에 희락은 없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서글펐다.

마음이 지옥일 땐, 일단 마음을 속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근거 없는 긍정을 싫어하는데 마음을 속이는 일이 근거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히는 행동인 것임을 기억하자. 적어도 내가 겪고 있는 일의 고통이 내게만 국한되는 것이 절대 아니란 것을 인식하고 세상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인 양 착각하고 있는 마음을 속이는 거다. 너의 마음은 그 정도로 무너질만한 일을 겪은 것이 아니다. 다만 누구나 있을법한 일을 겪었을 뿐이다. 이런 속임을 하다 보면 처음엔 굉장한 저항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지? 난 지금 내가 제일 힘들어! 위로 못 해줘? 당연히 모든 감정은 타당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저항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괜한 공감과 위로를 바란답시고 아는 지인을 만난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해서 하소연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은 내가 바라는 답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몹시 크다. 상황이 힘들수록 믿는 사람에게 거는 기대는 한도 끝도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넌 뭐 그 정도 갖고 그래?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오히려 상대방의 화살까지 덤으로 받고 쥐꼬리만큼 있는 에너지마저 뺏기게 된다. 위로와 공감은 나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속일 줄 알아야 한다. 힘든 건 맞지만 불행하지는 않아. 며칠만 지나면 농담 같은 일이 될 거야. 마음을 속이고 공간을 만들어서 여유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 후의 결과는,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해지는 좋은 능력이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20화#20. 나 같지 않은 자들을 부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