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킬리만자로 등반 1-6

by 널리

#Kilimanjaro6

킬리만자로 등반, 1-5 이후의 얘기는 없다.

고도 3,720m의 Horombo hut에 무사히 도착해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4,750m의 Kibo hut으로 이동했었던 기억, Horombo부터 Kibo까지는 너무 고도가 높아 풀도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은 풍경의 곳이었다는 것, 그 대신 뒤로 돌았을 때 보았던 하늘의 구름이 눈 밑에 있었던 것의 기억만이 남아있다. 가져갔던 휴대폰은 배터리가 없어(충전을 할 수 없다.) 따로 기록을 하지 못했고 그 뒤로도 업무에 파묻혀 기록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지금부터 끄적여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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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피크 시점을 남겨두고 Kibo hut에서 새벽까지 잠을 자야 하는데, 아주 이른 새벽(1-2시경 출발을 해야 하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 오기 전 고산병으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자정쯤 포터 한 명과 급히 Horombo hut으로 내려왔었다. 자정에 눈을 뜨고 난 후 눈물 콧물 흘리며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했더니 산장에 머무르면서 생활하는 산지기가 했던 말, '킬리만자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야, 너에겐 그리고 우리에겐 네가 건강히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게 중요해. 머리가 아파도 조금 더 견뎌보는 건 네가 선택할 사항이지만 나는 킬리만자로는 항상 이곳에 있을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라고 했었다. 물론 직역했을 땐 조금 다른 의미였을지도 모르지만 대략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참지 않고 바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멍한 상태로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포터의 부축을 받아 끌려내려 오다시피 하는 와중에도 멀리 떠있던 하늘의 별이 반짝였던 게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아쉬움이 컸지만 한 걸음 씩 내려갈 때마다 꽉 조여졌던 머리의 혈관이 풀어지는 느낌이라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테니 다음 기회에라는 마음으로, 호롬보 헛이 가까워올 때쯤엔 더 이상의 두통도 없었으므로 거의 뛰다시피 내려왔다.

낮에 네 시간 반 걸려 올려갔던 코스를 살자고 내달렸더니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오르막과 내리막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새벽 두 시라 모두가 잠든 밤, 함께 온 포터가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잘 곳을 마련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킬리만자로는 입산제한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곳에서만 투숙이 가능하고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인원이 사용하기 때문에 여유분의 공간이 많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포터들이 투숙하는 곳으로 가서 이층 침대의 일층 한 구석에 터를 잡게 해 줬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방 한 곳에 두 개의 이층 침대에 몸을 끼워 넣고 자고 있다. 침낭 하나를 받아서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는데도 아직 그곳의 지린내 같은 꼬리꼬리한 냄새는 어찌나 강렬했던지 기억에 남아있다(이런 건 기억에서 사라져도 돼... 포터 숙소가 아닌 등반객이 머무는 헛들은 꽤나 쾌적하게 정돈이 되어 있다.). 이른 아침 눈을 떠서는 부엌으로 가서 모르는 포터에게 티를 한 잔 얻어마시고(넉살이 좋다.) 등반객들이 식사하는 곳에서 한동안 앉아있었다. Kibo hut으로 이동하는 등반객이 어느 정도 빠지고 헛을 배정받아 눈을 붙였다. 그리곤 앰뷸런스(일반적인 앰뷸런스가 아닌 이동형 수단으로써의 사륜차로 기사 포함 9-1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단원 한 명과 앞자리에 타고 왔었다.)를 타고 내려왔던 기억.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킬리만자로는 내게 4,750m의 높이만 허락을 했었다.

결과중심적 성향의 나에게는 그게 너무 안타까워 1년 뒤 두 번째 킬리만자로행을 다른 봉사단원들과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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