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모습을 위해 산다.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이는 단순한 페르소나가 아닌 보일 수 있는 부분들만 잘라낸다. 그 모습들을 조각내어 퍼즐처럼 거짓과 진실을 섞어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
이미지를 떠올리고 말투부터 행동, 생각까지도 통제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만들어낸 이상일뿐, 현실에 적용되긴 어렵기에 나만의 색깔을 입힌다. 연기로 모든 것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나의 습관과 일상을 입힌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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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내 모습이나 생각들은 타인이 바라보기에 그리 윤리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 처음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나는 외로웠다. 아무도 내가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그래서 세상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누구보다도 이성적으로 살아왔다. 누군가와 어울려도 나는 또 혼자일 테니까 정 같은 건 허울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도 인간이기에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감정에 따른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때론 감성적인 부분도 생겼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이상과 현실에서의 괴리감을 느꼈다. 그 괴리감 속에서 현실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결국 또 현실을 살아내야 하기에 방법을 찾고자 했다.
내가 찾은 하나의 방법은 타인이 바라볼 수 없는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생각들을 기피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많은 이들과 척을 지기도 하고 함께 어울리지 못할지라도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동경 혹은 좋은 친구의 이미지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