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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Jul 04. 2024

짝사랑의 감정이 싫다.

상호작용 없는 고통

짝사랑, 영어로는 더 구차하기 짝이 없는 one-sided love. 한편만 하는 사랑이라. 참 사람 하찮게 만든다.


짝사랑은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감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짝사랑에게도 유효기간은 있다. 상처에 꽃소금을 잔뜩 뿌린듯한 이 감정은 비단 인간/애정관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여러 군데에서 짝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이를테면, 한국, 서유럽, 내가 좋아하는 장소의 주인, 나만 좋아하는 특정한 상황.


이제 유럽에 대한 사랑은 실망으로 가득해서 짝사랑이 아닌 기피가 되고 말았지만, 이것을 과연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이 역시 결국에는 자기 합리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구차하고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지 않을까.


불현듯 이 생각이 든 것은 며칠 전부터다.

37번째 생일 축하메시지조차 남기지 않는 나만 좋아했던 특정인 몇몇,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용을 써서 예약해 기껏 갔지만 헤드셰프는 없었다. 7년째 단골이지만 그의 시간을 기꺼이 내줄 만큼의 애정 어린 손님이 아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눈감으면 사라질 속도의 순간이었지만 강렬함의 여운이 몇 년이고 가시질 않는 시간들 역시 나만 미련하게 온갖 힘을 다해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해탈과 함께 허무함 그리고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한 집착은 내가 해서는 안될 금기사항이란 점을 곱씹는다.


짝사랑의 감정이 주는 아픔은 금방 가신다. 하지만 넘어져서 영구흉터를 갖게 된 내 이마의 흉터자국처럼, 내 마음에 남은 흉터는 아물지 않는다. 오히려 도드라질 뿐이다. 사랑받길 포기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으로 나는 택시 안 라디오 소리를 들으면 숨직이듯 눈물을 훔치는 하루로 그렇게 마감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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