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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Feb 16. 2023

1. 서울이 그리운 시골쥐

시골쥐와 서울쥐의 뒷이야기

농사 옥수수, 쌀, 감자 등만 먹는 시골쥐 집에 서울쥐가 놀러왔다. 어떻게 이런걸 매일 먹을 수 있냐며 서울쥐는 치즈케잌, 스테이크, 푸딩 등이 있는 서울로 함께 올라가자고 시골쥐에게 말한다. 시골쥐는 호기심에 서울쥐를 따라 나선다. 서울쥐를 따라 도착한 서울에서 처음 보는 음식들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기쁨도 잠시. 쥐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들켜 서둘러 도망치게 된다. 사람들이 떠난 후 남긴 음식이라도 먹으려고 다시 나온 순간 이번에는 그들을 잡아먹으려는 고양이를 피해 잽싸게 쥐구멍으로 도망친다. 결국, 시골쥐는 맛은 없지만 안정되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골쥐와 서울쥐의 이야기다.


나는 동화들을 읽으며 그 뒤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놀라고 당황해서 다시 시골로 내겨간 시골쥐는 과연 그냥 그대로 살 수 있었을까? 난생 처음보는 쇼파며, 샹들리에 등 반짝이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접시, 그리고 거기에 함께 놓여 있던 음식들을 잊을 수 있었을까? 그냥 내 마음대로 동화 뒷 이야기를 그려보기로 했다. 함께 상상하며 시골쥐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1. 서울이 그리운 시골쥐


 시골로 돌아온 시골쥐는 배가 터지도록 옥수수를 먹었다. 한개, 두개, 세개... 

'이렇게 좋은 곳을 놔두고 내가 거기엔 뭐하러 간걸까? 진짜 죽을 뻔했네. 다신 가지 말아야지.'

배가 부르자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졌다. 시골에서 서울까지 왕복 길도 고단했지만, 아무것도 못 먹고, 아니 죽을고비를 넘긴 서울에서는 잠을 한숨도 못 잔 탓이었다. 깜깜한 저녁엔 털복숭이의 고양이가 당장이라도 쫓아와 잡아 먹힐까 두려워 날이 밝자마자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온터였다.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일단 푹 자고 일어나자' 그렇게 잠만 잤다. 해가 눈이 부셔 눈이 절로 떠진 날은 이미 이틀이 지난 정오였다. 밖에 있는 낱알들이 어느새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곡식이 여무는 풍성한 가을이었다. 아직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쌀알이 떨어져있는 밭으로 나왔다. 

금빛처럼 노란 쌀알들을보며 시골쥐는 서울에서 본 크림치즈케잌을 떠올렸다. 

'아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서울에서 죽을 뻔한걸 벌써 잊은거야? 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했었는데. 같은 노란색인데 어떻게 입에서 녹을 수가 있다는거지? 서울쥐가 날 놀리려고 그렇게 얘기한게 아닐까? 하지만, 농담이라기엔 죽을 뻔했잖아. 죽을고비까지 넘기면서 그렇게 얘기한건 아닐텐데. 아,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먹어보고 싶다.'

자루에 쌀알들을 담는 내내 시골쥐는 크림치즈케잌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항상 감사함이 가득했다. 넉넉한 곡식, 사계절 내내 멋진 풍경.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는 삶은 경이로웠고, 행복했다. 그런마음들이 고작 치즈케잌하나때문에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걸린 추수가 끝나고 시골쥐는 짐을 챙겼다. 


'서울가서 입에서 살살 녹는 치즈케잌을 반드시 먹어봐야겠어!'


반짝이는 네온사인, 빠르게 달리는 차, 분주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시골쥐는 그들 사이에서 치즈케잌을 먹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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