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나눔
새벽 미사에 다녀와 이러고 앉아있다. 머리로는 깔끔한 서울 아낙을 지향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반찬 나눔을 자랑스레 자기소개서에 적어 넣지만, 번번이 나 스스로 발목이 잡힌다.
며칠 전 시작은어머니 전화다.
‘조카! 월요일에 작은아버지 생신인데 점심이나 하자.“
깔끔히 정장 입고 음식점에 다녀오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행간을 읽는다.
’작은아버지는 00 엄마 음식을 제일 잘 드셔. 지난번 편찮으셨을 때도 자네가 보내준 걸 드시고 회복하셨다네.‘
’네! ‘이러고 끝나면 된다.
’월요일이라고 했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면 몇 가지쯤 마련할 수 있겠다.‘
대강의 메뉴를 위해 마트로 향한다. 남편은 음식점 점심일 텐데 왜 그러느냐고 한다. 하지만 나의 음식을 그리 좋아하시는데 내가 조금 움직이면 내 맘이 전달될 테고 나의 재능을 알아보시는 데 발휘해야지.
내 그리할 여유 되고 그리할 능력이 되며 그리고 그 음식을 받아주실 분.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먼저 식혜를 하자. 마트에 없는 엿기름을 시장에서 사자.
냉동실에 재워 둔 전복을 꺼내 죽을 끓이고
육개장을 위해 고사리와 숙주 그리고 머우대를 사야지.
소고기 불고기에 팽이버섯을 고명으로.
여기에 잡채가 빠질 수 없지
설에 통으로 사서 먹고 아껴둔 홍어를 미나리에 새콤달콤하게 무쳐보자.
고등어 김치찜으로 개운하게 가자.
얼갈이 배추김치로 겉절이를 하고….
지난가을 고추장아찌를 꺼내서 고추장 양념을 하자.
음식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담아 보낼 용기를 챙기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음식을 보내면서 빈 용기는 돌려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야 받는분이 부담이 없다. 이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좋은 그릇은 쓰지 않는다. 한 번 보낸 음식 그릇과 가방 또한 모두 선물용이다.
용기에는 어김없이 손편지가 담긴다. 재료의 출처와 조리 방법 그리고 언제 마련했는지를 적고 먹는 방법을 적어넣는다. 그리고 음식을 마련하게 된 계기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적는다.
식혜를 만들려면 보온상태로 예닐곱 시간을 지속해야 하는데 앞뒤 시간이 맞지 않아 새벽 전례에 다녀온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다른 것도 순연. 그리하여 해 저물녘에서야 마무리단계이다. 온종일 부엌행이어서 무리가 되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또 기도 제목이다.
’오래 이 과정을 감당할 수 있게 건강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