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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an 14. 2024

자격만 아버지가 아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날 자녀가 내 자식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은 어떠할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성공한 건축가 료타(후쿠야마 마사하)가 병원으로부터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가 자기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난 후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통한 어른의 성장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가슴에 와닿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혈육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케이타(니노미야 케이)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와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진다. 실제 친자는 사이키네로 살고 있는 류세이(황 쇼겐)인데, 경제적, 환경적으로 료타네와 전혀 다르다. 케이타와 류세이가 원래 혈육 집안으로 살아가는 과정은 어딘가 삐걱댄다. 이미 6년을 뒤바뀐 부모 곁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맞지 않는 블록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꼴이다. 영화는 정(情)에 대해 고민을 던진다.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주변 어른들도 그렇고 료타 역시 낳은 정을 택한다. 하지만, 유다이(릴리 프랭키)가 말한 아버지란 일의 연속은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가족은 단순히 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6년이라 할지라도 함께 해온 추억, 정(情)으로 우리는 가족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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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역시 그랬었군.”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가 한 말이다. 료타는 성공한 건축가이자 엄격하고 냉철하다. 자존심도 무척 강한 편이라 영화는 료타의 이기심이 다분히 드러난다. 경제적 상황이 우세하단 확신으로 류세이와 케이타 둘 다 키우겠다는 실례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가족으로 맞이하려는 류세이에게 규율에 대한 문서를 주며 자신이 원하는 틀에 가두려 한다. 가족보다 일을 중시하고, 가족은 형식이 되는 아버지였다. 이런 료타도 아버지 콤플렉스가 있었다. 어쩌면, 료타도 독립적인 가정에서 성장하며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키 집안에서 자란 친자 류세이는 달랐다. 따뜻하고 정 많은 유다이 곁에 자라온 터라 독립적인 가정에서 적응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원래 집으로 가고 싶어 몰래 가출하는 행동도 벌인다. 료타는 류세이를 위해 장난도 받아주고, 집안에서 캠핑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본다. 사진에는 케이타가 몰래 찍은 가족들의 사진이었다. 료타는 깨닫는다. 혈육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료타와 케이타가 각자 다른 길에서 대화하고 갈림길에서 둘이 재회한다. 료타가 자존감을 내려놓고 잘못을 밝히며 진심을 전하는 모습은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버지도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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