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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an 21. 2024

일상 속 숨찬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명랑하다. 아이들의 거대한 에너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각자의 사연과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작은 힐링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하고도 동심을 느낄 수 있는 밝은 영화다. 한편, 전통 떡인 ‘가루칸’같이 조금씩 어른의 감정과 맛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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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이들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영화 내내 아이들은 떠들고, 뛰고, 뭉쳐 다닌다. 이들의 숨찬 에너지는 코이치(마에다 코우키)가 살고 있는 가고시마 화산과도 같다.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코이치 동네는 늘 화산재가 날아다닌다. 둘 다 에너지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강렬한 에너지의 여파로 코이치네 동네 사람들은 쌓인 화산재를 치우거나 손에 침을 묻혀 화산재의 유무를 확인한다. 코이치는 가고시마에 사는 것보다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와 엄마(오츠카 네네), 아빠(오다기리 죠) 넷이서 오사카에서 지내길 소망한다. 그래서 가고시마 활화산이 폭발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기도까지 한다. 화산이 터진다면, 더 이상 이곳에 못 살게 되고, 가족끼리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적을 믿었기 때문이다. 고속 열차가 지나가면서 코이치가 그린 화산 그림이 터진다. 이때, 고속 열차가 보이는 장소까지 오는 여정의 아이들이 본 순간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듯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가 절정으로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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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코이치(마에다 코우키) 형제와 함께 총 7명의 아이가 고속열차가 스칠 때, 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뤄진단 말을 듣고, 그곳에 찾아간다. 우리가 기적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항상 미래를 생각할 때,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하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코이치는 동생의 소원이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는 소원에 못마땅해한다. 의미를 갖는 것. 허망하고, 쓸모없다고 느낄지라도 의미를 갖고, 희망을 품는다. 코이치 친구 ‘마코토’는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소원보다 죽은 강아지 마블을 다시 살리겠다는 소원으로 바꾼다. 이는 자신의 꿈보다 더 소중한 의미를 가진 마블을 살리려는 ‘마코토’의 의지다. 아이들 각자가 의미를 지닌 가치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속 남은 의미 유무를 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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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일상    

 

코이치(마에다 코우키)는 개인에게 불만을 품었다. 화산재가 날리는 가고시마가 싫었고, 화산 폭발로 가족이 다시 합체하길 바랐다. 화산 폭발로 생긴 인명 피해는 단순히 도망치면 된다는 엉성한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고속 열차가 지나가는 장소까지의 여정을 겪으며 코이치는 세계를 깨닫는다. 자신만이 아닌 다양한 아이들의 소원은 단순한 이기심으로 빚은 여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고민과 소원은 일상 속에서 변화한다. 마코토는 야구선수에서 강아지 마블의 부활로 변했고, 코이치의 다른 친구 타스쿠(하야시 료가)는 사서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다는 소원에서 보건 선생님으로 변한다. 그리고, 코이치는 고속 열차가 지나갈 때, 소원을 외치지 않는다. 일상 속 소원이 모두 일어나면 그건 기적이 아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이 있고, 소원이 존재한다. 

코이치가 외할아버지(하시즈메 이사오)가 만든 전통 떡 ‘가루칸’을 처음 먹었을 때,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와 같이 먹을 때, 그는 은은한 단맛이 난다고 말한다. 코이치는 일상의 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은은한 세계로 다시 돌아오면서 화산재가 없는 날에 만족한다. 여정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의 ‘다녀왔습니다’와 어른의 ‘어서 와라’가 등장한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자 하루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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