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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Mar 02. 2024

타오르고 그을려도 영원한 사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는 것처럼 감정이 고양된다. 퀴어 장르를 예술과 역사, 신화의 요소까지 더해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바다보다 깊고, 불보다 뜨거웠던 사랑을 그림처럼 그린다. 사랑의 드로잉이 시나브로 진행하며 예술로 마무리한다. 다시 돌아보길 원하는 마음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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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그녀를 몰래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조심스러운 긴장감을 야기한다. 그림을 완성하는 부위가 많아질수록 둘은 잊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다. 엘로이즈의 얼굴이 지워진 초상화 가슴 부위에 불이 붙은 장면과 엘로이즈 치마에 불이 붙은 장면은 마리안느 마음속 불을 짚는 단계적 발전이다. 엘로이즈를 그리기 위해 온 마리안느의 마음을 변하는 기점이다. 인물을 그리는 게 아닌 사랑을 그려나간다. 각자의 고독 속 자유를 느끼는 이들이었지만, 타오르는 불의 일렁임 속에서 둘은 함께 해방과 사랑을 느낀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이들의 타오르는 사랑은 식어 그을린다. 그러나 28페이지에 남긴 그림과 비발디의 음악이 그들의 사랑을 다시 발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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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초상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감과 사랑을 그린다. 그림을 중점적으로 둘의 사랑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데, 다른 예술이나 신화를 통해 영화의 미학을 고취시킨다. 본 작품에서 오르페우스 신화에 대해 마리안느는 연인이 아닌 시인을 선택했다고 주장하고, 엘로이즈는 아내가 뒤를 돌아보라고 말해서 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떠나며 문을 열 때, 엘로이즈 백의를 입은 채 뒤돌아보라고 말하고, 마리안느는 뒤돌아본 채 문을 닫는다. 마치 오르페우스 신화처럼 표현한 미학적 구성은 둘의 사랑을 신화와 더해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또,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에게 들려줬던 비발디 <사계> 中 ‘여름’은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한 가벼운 태도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발디 <사계> 中 ‘여름’은 엘로이즈가 돌아보지 못한 채 울게 만든다.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랑을 억지로 헤어 나오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미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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