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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ul 12. 2024

추측을 곱씹어 나는 민주주의 맛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

더위로 흐르는 땀이 긴장으로 변한다. 시드니 루멧의 1957년 작품이자 법정 영화 중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밀실에서 일어나는 첨예한 갈등과 추측은 긴장감을 야기하고, 12명이 벌이는 격렬한 토론으로 변하는 구도와 인물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민주주의의 정의를 되짚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가려진 추측들 사이로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뉴욕 법정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18살의 소년 살해 혐의를 두고 12인의 배심원들이 유무죄 만장일치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 범행의 증거와 목격담의 증언은 소년의 유죄로 흘러가고, 11명의 배심원이 유죄 판결에 찬성한다. 그러나 8번 배심원 데이비스(헨리 폰다)만이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소년의 무죄를 추측한다. 유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무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라본다. 배심원 판결이 재판 판결로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의 추측으로 유죄로 기울인 배심원 판결은 새 국면을 맞이한다. 8번의 합리적 의심은 명확하다고 판단한 판결에 금을 내고, 우연으로 벌어질 행위를 추측한다. 기적만이 우연이 아니다. 누명도 우연일 수 있기 때문이다. 8번 배심원의 무죄로 영화는 11명의 배심원과 관객의 편견을 바꾸기 시작한다.     

 

IMDB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미국의 배심원제는 미국 시민이라면 법원의 통지로 무조건 해야 하는 의무다. 그래서 12명의 배심원은 연령층부터 직업, 성격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들의 의견은 선(善)과 악(惡)을 가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예의나 태도의 차이로 인물의 성격, 더 나아가 경청과 존중의 인간적인 배려, 도덕심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배심을 가볍게 생각했던 12번, 야구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한 7번도 배심의 중요성과 압박감을 받도록 하고, 끝까지 반대하는 스테레오 유형의 3번과 10번의 인물을 신사적으로 반박하고, 설득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누구나 실수한다.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결과와 관념이 바뀌었을 때 벌어지는 혼동은 극의 긴장을 몰고, 인물의 반응은 공감과 연민을 준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동선과 고립된 공간, 대사는 연극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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