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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ul 06. 2024

로드버즈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시민 케인>(1941)

<시민 케인>은 2007년 AFI 선정 100대 영화 1위. BBC 선정 100대 미국 영화 1위. 타임지 선정 100대 영화에 해당할 정도로 고전영화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작으로 소문나있다. 본 작은 '뉴욕 인 콰이어러지'를 비롯해, 수많은 신문들의 발행인이었던 찰스 포스터 케인(Charles Foster Kane: 오슨 웰즈)의 인생을 주변 인물의 대화와 과거 회상으로 그린 내용이다. 이때 보여주는 연출 기법이나 화면구성, 편집 방식은 새로운 영화 패러다임을 남겼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주는 가치 높은 작품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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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버즈

     

<시민 케인>은 찰스 포스터 케인(오슨 웰즈)이 살고 있는 거대한 성 ‘제나두’에서 케인이 “로드버즈”라는 짧은 유언으로 70세의 나이로 사망하며 영화가 시작한다. 정치권과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대재벌의 사망으로 기자 제리 톰슨(윌리엄 알랜드)은 그가 말한 유언의 정체와 그가 죽기 전, 지냈던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로드버즈를 맥거핀으로 삼아 관객에게 호기심을 주며 케인의 인생을 함께 돌아보도록 하는 연출은 매끄럽다. 

어렸을 적, 케인은 가족들 품에서 벗어나 재력가 월터 파크스 대처(조지 컬러리스)에게 맡겨 성장한다. 일찍이 상류층 생활을 즐기는 케인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월터의 주의에도 노동자를 위한 언론 활동을 하고, 불륜도 저지르며 이후에 정치권에도 도전한다. 하지만, 스캔들로 그는 낙선하고, 가족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케인이 운영하는 언론사 인콰이어러지는 대공황을 맞아 문을 닫는다. 마지막 그에게 남은 건 미모의 여가수이자 내연녀 수전 알렉산더(도러시 코밍고어)였지만, 남이 아닌 자신의 사랑을 채우는 케인의 사랑 방식이 수잔은 싫었기에 그녀 역시 케인으로부터 떠난다.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떠나간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과 행동 원인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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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라 부르는 이유

    

첫 장면에서 ‘출입 금지’와 함께 등장하는 철창에서 성벽과 성 외부로 이어진 구도와 점차 내부로 관통하는 촬영 방식은 케인이 만든 ‘제라두’ 성에 대한 위엄과 그의 존재를 알려준다. 제라두에 가득 쌓인 물건을 점점 멀게 보이는 방식은 그의 자본과 사치를 드러내지만, 마치 거대한 도시 풍경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자본주의나 물질만능주의가 돼버린 오늘날의 모습을 시사하기도 한다. 케인은 수잔까지 떠나며 남겨진 사람 없이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인생은 무(無)로 와서 무(無)로 돌아가듯 케인은 자신만의 욕심으로 맞이한 자업자득의 결말이다. 그의 유품을 태우며 내부에서 점차 외부로 관통하여 보이는 촬영은 첫 장면과 수미상관 구조를 지녀 인생과 영화의 순환을 만든다.

거대한 자본가였던 케인이지만 영화 제목이 <시민 케인>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돈이 많고, 모든 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자신의 사랑과 남아있는 마음의 감정, 노스탤지어의 향수는 자본가가 아닌 시민에 불과한 단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로드버즈의 정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썰매 이름이었다. 수잔마저 떠나고, 다른 내연녀의 정체를 예상했던 사람과 달리 그가 죽기 전 생각난 건 사람이 아닌 고향의 그리움이었다. 바로 로즈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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