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무대책은 불법
#닉 발타자르
“끔찍한 홍수 성경에 나올 법한 가뭄이나 맹렬한 산불 등 무서운 사진이 더 필요할까? 공해 유발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합법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 유발이나 지구를 파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독일 기후 컴퓨터 팀 센터에서 계산된 두 가지 전구적 기온 변화 모델이 보인다. 계속해서 화석 연료를 사용했을 때의 지구 모습을 모습을 보면 2050년을 넘어 2100년에는 이미 다 타버린 것처럼 짙은 붉은 색을 띤다. 반대쪽은 “꽤 낙관적인 시나리오로서 강력하고 신속한 기후조치로 세계 기운이 어느 정도 유지된 상태다.”라고 설명하는 지구의 모습이다. 이제 누구도 기후 위기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고 석유, 석탄, 가스의 사용과 생산은 멈추지 않았다. 이산화탄소의 적정 수준인 350ppm도 초과하여 420ppm을 넘어섰다.
감독인 닉 발타자르는 영화의 오프닝 내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자신이 환경활동가가 되었고 기후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그는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어느새 두 아이를 키우며 지구 환경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후 활동가로 수많은 거리시위에 참여한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은 듯하고 지구 생태계를 살릴 방법은 없어 보였다. 이렇게 실의에 찬 기후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닉 발타자르는 네덜란드 변호사 로저 콕스를 만난다.
# 로저 콕스
“다행히 도움을 줄 여성이 있습니다. 바로 정의의 여신이죠. 오랜 세월 동안 능력이 검증된 그녀는 법을 이용해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2014 Tedx Flanders)
로저 콕스의 생각은 이러했다. “사법적 개입은 사람과 지구의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변호사로서 자신의 재능을 통해 지구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 기후 소송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로저 콕스도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편의 영화로 인생이 바뀐 것이다. 그는 지금의 지구 환경이 심각한 것을 알고 <불편한 진실>의 전국 상영회도 개최하고 순환 경제 관련 학회도 열었다. 변호사인 아내와 다섯 명이 할 만큼의 일을 했다. 그리고 기후 소송의 기초가 된 책 <정당한 혁명-지금 법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이유>도 출간했다.
로저 콕스가 석유 기업 쉘을 상대로 벌일 기후 소송의 핵심은 바로 “주의 의무(Duty of Care)”에 의한 것이다. ‘주의 의무’는 관습법 중 불법행위법에 해당하는 법적 의무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부주의한 행위를 피하기 위해 기준을 만들어 준수하도록 하는 의무를 말한다. 즉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면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살핌의 의무라고도 표현된다.
기후소송 재판에서 로저 콕스가 제기한 요점은 ‘주의 의무’에 근거하여 석유, 석탄, 가스 기업이 탄소배출로 전 세계를 기후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셀을 상대로 기업은 이익을 앞세워 탄소 배출량을 계속 상승시킬 것이 아니라 공익을 앞세워야 하며, 기업이 ‘주의 의무’ 규범과 가치를 지켜, 결과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신속하게 다른 사업 모델-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벨기에서도 정부를 대상으로 시민들이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이 기후 소송은 정부가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탄소감축을 위한 정책이나 기후 재난을 위한 대책, 그리고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정책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로저 콕스는 글로벌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기후 소송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줄리아 올슨은 세계 최초로 비영리 변호 단체를 설립한 변호사로, 미국의 ‘줄리아나 VS 미 정부’ 기후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청소년 21명이 정부를 대상으로 시작한 역사적인 소송이다. 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법원의 기각으로 항소 중이다.
# 기후 소송 1.0
: 우르헨다 대 네덜란드 정부(State of the Netherlands v Urgenda Foundation)
첫 번째 기후 소송이 2015년 네덜란드에서 벌어진다.
우르헨다 재단과 국민 9백명은 네덜란드 정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판사와 국민에게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기후 위기에 대한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목적이었다.
로저 콕스는 이 기후 소송을 시작하며 자신의 신념에 대해 “법정은 우리가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는 사회의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역사적인 기후 소송은 시민들의 승소로 돌아갔다. 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최소 25% 감소할 것을 명령했다. 몇 번의 항소가 있은 후 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문은 다음과 같았다.
“지구 온난화의 악화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극한 폭염이나 가뭄이 발생하고 극한 홍수가 발생하고 생태계의 혼란이 발생하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기후 위기 임계점으로 이어져 기후가 급작스럽게 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네덜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가정 환경에 위협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
콜롬비아 대학의 마이클 제라드는 이 판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 안전한 기후 체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그것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라고 정부에게 명령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감격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소송에 물꼬를 튼 혁명적인 판결이었다.
네덜란드 기후 소송에 이어 로저 콕스는 벨기에에서도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기후 소송에 참여했다. <기후 사례(Klimaatzaak)>와 58,000명의 시민들도 역시 정부를 상태로 틴소배출 감소 정책을 요구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재판은 2021년 6월 시민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역시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기후 위기에 대해 피해를 보상받은 역사적인 재판이었다. 벨기에 정부가 모든 인권과 주의 의무에 대해 위반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 기후 소송 2.0
: 밀리우데펜시 대 쉘 기업(Milieudefensie v Royal Dutch Shell)
“사업을 하는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거니까 이 세상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죠. 그들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면서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체제 변화를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체제의 변화는 거대 기업들에게 달려 있죠. 셸과 비슷한 기업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해요.”
2021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 법원에서 다국적 석유 기업 셸을 상대로 기후 소송이 시작되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의 의무(인권법 및 불법행위법 사건)’를 근거로 한 재판이다. 로저 콕스의 변호인단과 밀리우데펜시 재단의 도널드 폴스(Donald Pols)가 함께 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은 많이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기후 소송이다. 쉘 변호인단의 강력한 반격에 대해 로저 콕스는 IPCC 보고서 1.5도 임계점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니 그걸 이용해야 한다면 의지를 다졌다. 그는 “우리에게는 증거가 있고 그 증거는 명확합니다. 문제 해결을 향한 기회의 창은 좁지만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해요 우리가 지면 많은 걸 잃을테고 우리가 이기면 많은 걸 얻을 거예요.”
2021년 5월 16일 석유 기업 쉘과의 기후 소송은 승리를 거두었다. 법원은 석유기업 셸에 2030년까지 2019년 수준의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45% 줄이도록 명령했다. 이 재판은 얼마나 획기적인 일일까?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게 80개국에서 그룹 전체의 배출량을 감축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에요.”
“법원이 공해 유발 대기업한테 기후변화 유발을 멈추라고 명령했으니까요.”
기업을 상대로 한 역사적인 기후 소송의 판결 이후 파리로 가는 로저 콕스를 카메라가 동행한다. 프랑스가 석유 기업 토탈을 상대로 기후 소송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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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기후 소송이 열리고 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무책임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그중에는 스위스 할머니들, 포르투갈 청소년들, 프랑스 유명인들의 재판도 있었다. 특히 독일의 펠보름 섬에서도 섬의 농부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자신의 농장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 로저 콕스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탄소배출 감량을 요구하는 재판이 승리를 거두자 다른 기후 소송도 큰 영향을 받았다. 잔물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유명 연예이들과 환경단체들이 참여한 “세기의 소송(Case of the Century)”이 승리해 프랑스 정부가 기후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책임을 물었다. 정부에 대한 기후 소송의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다음과 같이 기쁨을 표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불법!이래요.”
얼마 후 에딘버러 테드 행사장에서 엘 고어는 로저 콕스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로 인해 환경에 눈을 뜬 로저 콕스에게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타임스가 선정한 100명의 영향 있는 인물에도 선정되었다.
이 기후 소송은 탄소배출을 감량하기 위해 석유 기업을 상대로 한 환경운동이다. 네덜란드 정부를 고소한 우르헨다 재판과 석유기업인 쉘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의 역사적인 승리로 전세계에서는 각 정부와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수많은 기후소송이 열리고 있다.
이 역사적인 두 기후 소송의 승리로 전 세계에서는 각 정부와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수많은 기후 소송이 열리고 있다. 이 영화의 엔딩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00여건 이상의 기후 소송이 심리 중이다. 기후 소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22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일어났다. 이 유례 없는 기후 재난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피해를 입었다. 수해 피해 현장에서 로저 콕스는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해요.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의 우려대로 각 정부와 기업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나 불복종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이후에도 우울한 소식은 계속 들렸다. 벨기에 정부를 비롯해 각 정부는 소송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며 기후 정책을 미루고 있다. 석유기업 셸은 토고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새로운 시추작업을 발표했다. 로저 콕스를 비롯해 각 국의 변호인단은 항소를 거듭하고 있고 새로운 기후 소송도 계속 열리고 있다.
2021년 셸과의 기후 소송 때 기업 변호인단은 지구의 탄소배출의 원인이 꼭 자신의 기업 책임만은 아니라고 했다. 대기업에서 작은 기업까지, 또한 전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탄소배출에 책임이 있다고 말이다. 셸의 변호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헤이그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 내용을 밝혔다.
“위험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니라는 상황으로 인해, 로열 더치 셸이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기여해야 하는 책임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각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에 책임이 없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만드는 동안 기후 변화는 위기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기후 재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고 에너지 위기. 석유 시추사업 등으로 빈곤과 불평등,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누구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로저 콕스가 주장한 ‘주의 의무’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우리 모두의 의무에 대한 각성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엔딩에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 보자.
- 루이자 노이어 바우어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세계 사람들을 저버리는 거예요. 우린 무력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절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돼요.”
- 로저 콕스
“우르헨다 재단의 기후 소송 1.0이 있었고 쉘 소송 2.0도 있었으니까 나중엔 3.0도 생기겠죠. 몇몇 운동들은 도움이 될 겁니다. 기후 소송 운동이나 청년 운동도 있고 기후 행동주의 주주들이라든지, 석유와 가스 회사를 손절하는 큰손 투자자들도 있죠. 이 모든 압력 수단들이 속력을 높여 효과를 발휘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겁니다.”
“희망적인 말로 마무리하시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 닉 발타자르
“누구나 잔물결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요.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모든 게 다 중요해요.”
- 글 : 소노스(SONOS)
■ 출처 및 참고 자료
**주의 의무 : https://en.wikipedia.org/wiki/Duty_of_care
**로저 콕스 :
-테드 강연 : https://www.youtube.com/watch?v=NMfXycr7SOU
-로버 콕스 인터뷰 : https://thegreeninterview.com/interview/cox-roger/
https://allard.ubc.ca/about-us/blog/2020/warrior-lawyer-profile-roger-cox
-저서 <정의의 혁명> :
https://www.revolutionjustified.org/roger-cox-author-of-revolution-justified
** 우르헨다 Vs 네덜란드
https://en.wikipedia.org/wiki/State_of_the_Netherlands_v_Urgenda_Foundation
** 벨기에 기후 사례와 시민 5만8천명 Vs 벨기에 정부
https://www.klimaatzaak.eu/nl/the-case
** 석유기업 셸과의 재판 내용
https://en.wikipedia.org/wiki/Milieudefensie_v_Royal_Dutch_Shell
** 프랑스 기후 소송
https://www.globalcitizen.org/en/content/france-climate-action-laws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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