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솔 SANSOL Mar 05. 2023

슬기롭게 쓰레기 없이 백패킹 하기

LEAVE NO TRACE!

북한산 인수봉을 바라보며

     

우리는 왜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어 할까?

우리가 산으로 백패킹을 떠나는 이유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그 이유는 비슷합니다. 쉴틈 없는 빡빡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행동이 느긋해지고 때론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문제들이 이 자연 속에선 별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Shel Silverstein

하지만잘 생각해 이건 소풍이 아니야.

우리가 산으로 백패킹을 떠날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한번 쯤 읽어봤을 동화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려보면, 사과나무는 아이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그럼에도 사과나무는 아이에게 그 어떤 댓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죠. 저는 현시대에 놓인 도시와 자연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멋지고 발전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인간은 자연에서 온갖 광물과 자원들을 갈취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원은 계속 고갈되고 파괴당하죠. 그렇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어떠한 보상이나 댓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마치 동화 속 사과나무처럼요.    

  

우리는 힐링이라는 명목 아래 산 속의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지붕삼아 텐트를 치고 잡니다. 하지만, 입문 백패커들이 잘 생각해야 할 것은 백패킹은 가벼운 소풍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연에 발을 딛은 순간 도시에 생활하는 것처럼 똑같이 행동할 수 없습니다. 불편한 것 투성이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며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를들어 벌레, 쓰레기 처리, 청결유지 같은 것들 말이죠.    


인간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가득한 산의 풍경 ⓒunsplash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저는 과감하게 백패킹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태도가 준비되지 않은 채 백패킹을 떠난다면 자칫 자연과 인간은 상생하는 관계라는 것은 잊은 채 나에게 필요한 이익만을 취득하는 이기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흔적 남기지 않는 7가지 행동 원칙 (Leave No Trace Seven Principles)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을 상생하면서 백패킹을 즐길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을 즐기는 백패커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문화 LNT 환경 운동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LNT는 ‘Leave No Trace’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흔적 남기지 않기’라는 뜻입니다. 미국 국립공원 환경단체의 주도로 시작된 환경 운동으로, 장소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야외 활동에서 사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행동 지침이죠.       

  

LNT 7가지 행동 원칙 ⓒLeave No Trace

  

첫째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적절한 백패킹 계획과 준비는 백패커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산이 겪을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부실한 계획은 종종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빠트리거나 자연의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전 계획이 중요합니다.


둘째지정 구역에서 산행 및 야영하기.

야외활동에서의 목표는 땅이나 물의 오염을 피하면서 야외활동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지정된 등산로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식생물이 짓밟히며 손상됩니다. 결과적으로 토양 침식과 바람직하지 않은 오솔길의 개발로 이어져 그 지역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셋째배설물이나 쓰레기 올바르게 처리하기.

인간 배설물을 적절한 처리는 수원 오염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 겪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며, 질병의 확상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부패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중요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배설물 처리 방식은 등산로 및 캠프사이트에서 최소 200보 이상 떨어진 곳에 15~20센치 깊이, 10~15센치 너비의 구멍을 파서 배출한 뒤 흙으로 잘 덮어야 합니다.


넷째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내가 머무르기 전후의 상태가 큰 차이가 없도록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나 잎을 따거나, 물건을 걸기 위해 나무에 못을 박고, 산악회 리본을 다는 등 살아있는 나무와 식물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나 하나쯤은 괜찮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섯째모닥불 사용 최소화하기.

한국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는 모닥불 및 화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닥불을 지피는 경우는 드물지만 화기는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죠. 개인적으로 백패킹이라는 야외활동의 특성상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해외 장기 트레킹을 하다보면 모닥불을 피울 경우가 생기는데 그 때에는 Leave No Trace 홈페이지에서 올바른 행동지침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여섯째야생 생태계 및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기.

야생동물이 겁을 먹거나 도망가지 않도록 가능한 멀리서 지켜만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빠른 움직임과 큰 소리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만지거나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일곱째타인을 배려하기.

백패킹을 하다보면 다른 백패커들을 쉽게 만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며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늦은 밤 큰소리로 음악을 듣거나 떠드는 등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합니다.     


*자료 참고 및 출처 : https://lnt.org/ 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 가능합니다.  

   

쓰레기 없는 백패킹 A to Z

백패킹을 할 때 발생하는 쓰레기 대부분은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식재료를 담는 일회용 지퍼백, 밀키트의 플라스틱 포장 용기, 물이나 음료가 담긴 페트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그 다음으로 볼일을 볼 때나 더러워진 손이나 얼굴을 닦는 물티슈와 휴지가 많이 나옵니다.     


쓰레기 없는 백패킹을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쓰레기의 재활용, 분리배출을 맹신하지 않아야합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배출을 하면 재활용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쓰레기를 잘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쓰레기는 일단 만들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백패킹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산에서는 조리하기 불편한 환경이다보니 이것 저것 필요한 재료들이 많을뿐더러 SNS에 자랑할 겸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고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이런 욕심을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저의 팁을 소개드립니다.

     

첫째, 무엇을 얼마나 몇 명이서 먹을 것인가에 따라 적당한 메뉴를 고른다.
둘째,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육류, 국/찌개, 양념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셋째, 이왕이면 뿌리, 껍질, 이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식재료 사용하기.
넷째, 집에서 반찬을 준비해간다. 
다섯째, 음식양은 약간 부족한 듯 조리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는다.   


! 산솔의 꿀팁 ! 
초간단 메뉴 추천 : 간단한 샌드위치 및 빵류, 주먹밥, 볶음밥, 파스타, 죽, 떡국
초간단 설거지 방법 : 밥 짓고 쌀이 눌러 붙은 코펠에 누룽지 끓여먹기, 씨에라 발우공양 후 나뭇잎으로 가볍게 슥 닦기!   


1. 식사를 마친 그릇을 물로 한번 행궈서 마신다.
2. 남은 기름기와 양념은 나뭇잎으로 슥슥 닦고 소량의 물로 다시 헹군다.
3. 밥짓고 남은 코펠에 눌러 붙은 쌀은 물을 부어 숭늉으로 끓여 마신다.
4. 그러면 이렇게 깨끗!


 

    

#나에게 맞는 좋은 장비사서 오래쓰기

백패킹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한 장비를 한 번에 구매하기 매우 부담스러울뿐더러 섣불리 장비를 구매했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 장비를 구매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백패킹을 시작한 초반에는 어떤 장비가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경험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는 장비 욕심을 잠시 눌러 놓고 백패킹 장비 대여 서비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라이클’이라는 아웃도어 장비 렌탈 플랫폼 혹은 네이버에 백패킹 용품 대여를 검색하면 많은 대여점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직접 경험해봐야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살 수 있습니다. 급하지 않게 여유로운 텀을 두고 내구성이 좋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알아본 뒤 구매하시거나 오래 사용하시거나 당근마켓/중고나라 등에서 중고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시 정리한 에코캠핑 10계명 by 에코삼발이

앞서 LNT 7가지 수칙을 소개해드렸지만 한국의 에코캠핑 문화를 전달하는 에코삼발이가 새롭게 정리한 에코캠핑 10계명을 소개드립니다.     


1. 떠나기 전에 계획하세요.
2. 장비는 좋은 걸로 장만해서 오래 쓰세요.
3. 끼니별 메뉴와 필요한 식재료를 세세하게 정리해요.
4. 집에 있는 식재료와 다회용기를 챙겨요.
5. 마트보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요. 용기 (바짝) 내세요.
6. 물과 음료는 물통에 담아요.
7. 되도록 ‘현지에서’사먹고 장봐요.
8. 쓰던 길로 다니고 쓰던 캠핑지에 자리를 잡아요.
9.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게 씻고 볼일 봐요.
10.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 깨끗하게 씻어서 분리배출해요.


백패킹 입문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앞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백패킹/캠핑 문화가 생기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 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다녀와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