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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May 27. 2023

결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스물일곱 애송이는 결혼준비 중.

0.

그럼 아직 진행 중이지만, 어느 정도 정리 된 나의 결혼 준비 과정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결혼 준비를 시작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1.

내가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결혼 카페에 가입하는 일이었다.

가입을 하니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자연스럽게 플래너님이 배정되었다. 결혼을 대략적으로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지, 나의 상황은 어떤지, 결혼식장은 어느 지역을 생각 중인지 등등 몇 가지의 질의응답 이후에 플래너님에게 결혼 준비 리스트를 받았다.

나는 본격적으로 비슷하게들 진행되는 결혼준비리스트를 나의 결혼에 맞게 다시 조율해 보았다.

언제쯤, 얼마의 예산을 가지고, 어떤 규모의 결혼을 준비를 할지.

어떤 건 중요하게 더 돈을 들였으면 하고, 또 어떤 건 아예 생략해도도 괜찮을지.

오빠와 하루 날을 잡고 카페에서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거의 하루 종일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찾았는데, 어쩌면 결혼은 둘이서 하는 대략 일 년이 넘는 기간의 팀플일지도.


2.

이것만 있으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다. 라고 한다면,

바로 "웨딩홀(웨딩베뉴)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이다.


먼저 웨딩홀.

[장소 지정하기]

화려하고 프라이빗한 호텔 웨딩,

결혼만을 위한 공간이기에 동선이나 구성이 결혼식에 최적화된 컨벤션 웨딩,

다들 한 번쯤 꿈꿔본 야외 웨딩 등

다양한 옵션이 있지만 금액적인 부분이나 예식에 오시는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예식 지역을 정하다 보면 하나씩 보기가 지워지게 된다. 오빠는 인천, 나는 서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중간지점을 찾았는데 그 끝에 강서, 영등포 정도의 위치가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막연하게 강남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과 인천에서 결혼하겠지 했던 오빠의 마음 그 중간 지점을 찾은 셈이다. 강서나 영등포의 경우에는 거의 컨벤션 계열의 웨딩홀이 전부였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컨벤션 웨딩을 둘러보자고 결정했다. 무엇보다 교통과 주차가 되도록 편리한 곳, 밥이 뷔페이고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기준을 가지고 예식장 몇 곳을 후보에 두었다.

[홀투어 예약]

웨딩홀 계약을 위해서는 웨딩홀 상담예약을 먼저 해야 한다. 웨딩홀 상담예약은 내가 희망하는 예식 날짜의 1년~1년 6개월 전부터 잡을 수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웨딩홀에 전화해서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처음에는 정말 놀라웠다. 웨딩홀 계약을 1년도 넘게 남은 시점에 해야 한다니. 그 일 년 사이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하지만 막상 준비하다 보니 1년이 매달 결혼 준비 스케줄 하나 하나로 꽉 채워지게 된다. 그래서 1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결혼준비 이거 참 쉽지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웨딩홀 상담예약을 다이렉트 웨딩 홀담당 플래너님이 잡아주셨다. 비대면 플래너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는 건 홀투어 희망 방문일 "2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는데, 제주에서 서울로 홀투어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 방문일 2주 전의 날짜가 되지 않으면 당장 상담예약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한 날이 오기 전까지 상담 예약이 다 마감되면 어쩌나, 내가 원하는 결혼 날짜쯤에 벌써 홀 예약이 마감되면 어쩌나 마음이 어찌나 타들어갔는지 모른다. 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서울 예식장 투어하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제주에서 서울로 간 몇일의 일정 안에 무조건 계약을 하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압박감이 엄청났다. 웨딩 카페 사이트에 내가 희망하는 웨딩홀들의 희망하는 날짜 예식 타임이 벌써 마감되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와서 더 마음이 조급해졌던 거 같다. 마음 같아서는 나 혼자라도 당장 서울에 가서 보고 계약하고 싶었는데 결혼을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오빠랑 맞는 시간까지 기다리느라 끙끙 앓았다.

정말 두 번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 중 하나이다.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양보하고 타협하고 절충해서 고른 웨딩홀임에도 원하는 홀, 원하는 시기, 원하는 시간에 예식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은 다시 생각해도 스트레스다. 웨딩홀 투어를 앞두고 있는 예신, 예랑분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웨딩홀에 대해 본인들의 확고한 취향이 있으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하고 싶은 웨딩홀, 하고 싶은 날짜가 있다면 무조건 미리미리 상담도 받고 계약을 해놓아야 한다는 것!


[홀계약]

나의 웨딩베뉴 결론은 1순위, 2순위도 아닌 3순위의 홀과 투어 당일날 계약을 했다.

1순위 웨딩홀은 막상 가보니 실망한 요소가 있어서 계약을 하지 않았고, 2순위 웨딩홀은 예약상담 자체를 잡지 못해서 투어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갔는데 오히려 좋았던 3순위 웨딩홀에서 처음에 계획했던 날 보다는 한 달 정도 늦게 하게 됐지만 결혼을 한다. 딱 볼 때 여기서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웨딩홀을 볼 때에는 크게 (1) 예식장의 위치와 교통, (2) 주차장의 수용차량 수와 번잡함의 정도, (3) 홀의 분위기와 예식장의 동선, (4) 신부대기실의 분위기, (5) 수용 가능 인원과 보증인원(내가 초대할 최소 하객수), (6) 식사를 하게 될 연회장의 구조와 분위기, 연회장이 뷔페식인지 코스요리식인지, 한상차림인지, 무엇보다 맛이 있는지..! 를 보면 된다. 여러 조건을 살펴본 후에 이 홀이다 싶으면, 시간 대 별 금액(대관료와 식대)과 그 금액에 포함되어 있는 상품들(생화, 음주류, 사회자, 공연, 폐백, 스냅 등)을 체크해 보야야 한다.

정말 하나 확실한 것은 100점 만점의 웨딩홀은 없다는 것.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어떤 것을 중요하게 우선적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내 결혼식이기도 하지만 축하해 주시러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무엇을 미리 공지하고 양해드려야 할 것인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막상 계약을 하고 나니 점점 내 웨딩홀에 정이 생기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스드메다.

스드메는 웨딩홀 보다도 훨씬 몇 배로 많은 업체수 중에 골라야 한다.

[스튜디오]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예식 5개월 전에 촬영 시기를 잡아야 한다. 촬영 이후 보정의 과정까지 대략 평균적으로 3개월이라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사진이 나오면 청첩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청첩장은 보통 예식 1개월-2개월 전쯤 제작하기 때문에 스튜디오 촬영은 변수까지 고려해서 넉넉히 예식 기준 5개월 전쯤 잡는 것이 좋다.

나는 스튜디오 촬영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사진을 살면서 얼마나 보게 될까 하는 마음도 있다 보니 스튜디오 촬영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옵션이었다. 하지만 오빠는 달랐다. 제주에서 웨딩 스냅 촬영을 꼭꼭 하고 싶다는 거다. 드레스 입고 낑낑거리면서 오름 오르고 제주 바람 다 맞으며 정신없이 찍는 웨딩스냅을 하고 싶다고? 이게 처음의 내 반응이었다. 하지만 오빠가 하고 싶다면야, 하고 알아보기 시작하니 너무 예쁜 거다.

웨딩스냅 업체가 너무 많다 보니 각 업체별로 사진의 분위기나 구도 색감이 다 달라서 취향에 맞는 업체들을 선정하는 것도 정말 일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먼 훗날 보더라도 촌스럽지 않게 고급스럽고 깔끔하면서 업체 특유의 따뜻하면서 매트한 보정법이 매력적인 업체 몇 곳을 찜해두었다. 업체 별로 상품 가격, 패키지 포함 요소, 계약 조건도 다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분위기의 작가님 몇 명을 후보에 두고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촬영일 1년-1년 반 전 예약을 오픈하는데 아마 1년을 1분기 2분기로 나누어 예약받는 업체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인기 있는 업체의 경우 예약이 오픈되자마자 대략 반년의 예약이 모두 마감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내가 결혼을 할 날짜의 1년 전에 예약하려고 한다 해도 예약이 마감되어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예식장보다도 제주 웨딩 스냅을 먼저 예약했다. 정말 치열하다. 정말 이거 맞아..? 이게 맞아? 말이 절로 나온다.


[드레스/메이크업]

나는 비동행 플래너 업체와 제휴가 되어 있는 업체 중에서 드레스와 메이크업 계약을 진행했다.

꽤 많은 업체들이 제휴되어 있었는데 드레스 포트폴리오와 드레스 투어나 예식 후기 글들을 보고 정했다. 메이크업의 경우에는 정말 모르겠어서 피부 표현을 잘해주는 곳을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후기 좋은 곳으로 계약했고, 드레스는 화려한 비즈보다는 고급스러운 실크나 레이스에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실크맛집, 레이스 맛집 드레스들을 검색해서 세 곳과 드레스 투어 계약을 했다.

드레스야 말로 예비 신부들이 가장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나는 결혼 준비 전부터 딱 하루 대여하는 건데 너무 과하게 욕심부리지 말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산을 정해두고 그 안에 있는 업체들 위주로 보려고 했다. 내가 예약한 세 곳의 대여샵 모두 예산 안에 들어오는 곳이지만 드레스 투어를 가면 추가금 파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예산을 잡아두었다. 이미 계약을 한 뒤에야 더 다양한 업체들의 웨딩드레스를 인스타 돋보기를 통해 접했는데, 눈이 높아지면 역시 내려가기 힘들겠다 싶은 것이 바로 웨딩드레스이다. 지금 와서 조금 더 욕심부릴 걸 그랬나 싶지만, 내가 원픽으로 생각한 드레스가 일단 있기 때문에 드레스 투어날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전에 다른 생각 말고 살이나 빼야지.

웨딩드레스와 메이크업 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많이 검색해 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어떤 스타일이 내가 선호하고 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인지 먼저 생각하고, 후기가 좋은 곳을 찾기 위해서는 카페며 유튜브며 업체사이트며 최대한 많이 검색해 보는 것이 답인 것 같다.


3.

그 외의 결혼식 당일 스냅사진이나 dvd는 개인적으로 검색을 해서 찾은 업체와 계약을 진행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인스타가 제일 좋은 창구인 것 같다. 인스타에 검색을 하다 보니 관련 업체들이 많이 떠서 그중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와 색감, 그리고 구도를 잘 뽑는 업체들을 몇 곳 알아두었다. 이후에 해당 업체 인스타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또 인터넷에 검색해서 후기를 찾고, 업체별로 가격과 상품구성을 비교해서 골랐다. 업체들 마다 블로그 후기를 쓰면 추가 상품을 해준다거나 할인을 해주기도 하고, 짝꿍 제도라고 해서 다른 신부를 데려와 계약하게 하면 할인을 해주기도 하는 등 할인 혜택들도 있기 때문에 계약 후에 블로그에 글도 몇 개 써 올렸다.  

참 알아보아야 할 것도, 비교해 보아야 할 것도, 결정해야 할 것도, 또 해야 할 것도 정말 많다.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누가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예비부부들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예비신부의 몫이 될 것이다.


4.

상견례의 경우에는 예식 5개월 전쯤, 나의 드레스 투어와 오빠의 예복 투어 때문에 서울에 갈 때 오빠댁 쪽에서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양가 어른분들께 드리고 그때로 예정하고 있다. 식당은 몇 곳 봐둔 곳이 있는데, 예약은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면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자는 웨딩홀 계약 당시 금액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안내받았기 때문에 따로 섭외하지 않을 예정이다. 친구나 가족의 사회도 생각을 해봤지만, 모두가 처음인 결혼식에서 사회자 마저 처음인 사람이 진행한다면 이거 아뿔싸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역신 모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대부분 옳다. 축가나 축사는 천천히 섭외를 해보려고 한다. 주례는 하지 않기로 오빠와 이야기했기 때문에 식중영상을 업체에 맡겨 제작하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해볼까 생각도 해보는 중이다.

혼주 예복이나 메이크업은 당일 부모님 동선의 편리함을 생각해 웨딩홀과 제휴되어 있는 홀 내의 업체와 계약을 했다. 홀투어 당일날 계약을 할 때 웨딩홀에서 안내를 해주어서 예약하기 수월했다. 모든 결혼 준비 중 유일하게 정말 수월하게 계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첩장의 경우에는 보통 빠르면 예식 4,5개월 전에도 제작하기도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처럼 2,3개월 전에 제작하려고 한다. 일단 비동행 플래너님에게 정보를 묻고, 검색을 해서 업체를 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곳이 있는데 디자인 업체들 청첩장도 요즘 자꾸 눈에 들어와서 고민 중에 있다.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청첩장을 줄 수 있는 인원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 가성비 좋은 업체에서 해야지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부케는 예식 한 달 전쯤 예약을 하게 될 텐데, 내가 이미 점찍어둔 몇 개의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비동행 플래너 업체에 쌓아놓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업체에 문의를 해보려고 한다.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정했다. 고모할머니께서 하와이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인사도 드릴 겸 신혼여행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로 결혼식 다음날 저녁에 떠난다. 정확한 시기가 정해졌다는 것은 이미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는 말! 세세한 계획은 아직 시간 여유가 많으니 천천히 해볼 생각이다.


5.

저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계약했는데, 걸린 시간이 3개월도 안 된다.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비교하고, 오빠와 논의하고, 정하고, 양보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마감 됐을까 초조하게 계약하고, 계약에 성공하고, 계약금을 보내고. 정말 그 3개월 동안 예민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초예민걸이었다.

일단 굵직굵직한 것들에 대한 준비는 끝났다. 나머지 자잘한 것들에 대한 계획도 미리 세워두었다.

이제 당장의 우리가 마주한 숙제는 신혼집을 보러 다녀야 하는 것. 그리고 웨딩스냅촬영을 위해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힘내보자 애송이들.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아무튼 이번 글도 결혼준비 참 쉽지 않다는 말로 마무리해본다. 하지만 힘들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레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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