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짭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줘
여보 큰일 났어, OO이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데!
또 한 가지 기억의 장애는 기억 착오라는 현상이다. 이것은 과거의 경험을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를 이른다. (중략) 기억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는데, 사실과 다르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였다가 그것을 사실로 믿게 되는 경우를 '회상성 조작증'이라 부른다. 실제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여 사실과 아주 다르게 그럴듯하게 기억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작화증(作話症)'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기억은 여러 가지의 정신적인 기능을 대변하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도 모르게 기억되었다가 그 기억이 나중에 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이다.
<조수철 서울대 의대 교수의 2004년 세계일보 기고문 중 발췌>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기억 조작에 취약하다. 로프터스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가 어릴 적에 그녀의 어머니가 수영장에서 익사했다. 여러 해가 지나 그녀는 한 친척과 대화하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수영장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바로 로프터스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몰랐다. 실제로 그녀는 친척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생일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기억하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죠. 이를테면 구급대원들이 언제 도착했는지 말이에요. 그들이 내가 산소마스크를 주었던 것을 생각했죠. 혹시 내가 시신을 발견하고 너무 흥분했기 때문에, 산소마스크가 필요했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물 위에 뜬 어머니의 시신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 친척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착각했다고 전해왔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어린 로프터스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모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프터스는 풍부한 세부사항과 강렬한 감정까지 동반한 가짜 기억을 보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