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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콜라주 Dec 17. 2021

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싸우는가?

같이 가자! 가보지 않은 길...

우리나라는 광질이랑 풍질이 나빠서 태양광이나 풍력은 어렵다니까요? 유럽처럼 인접국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도 없는데, 독립적이고 경제적인 원전을 없애고 태양광 풍력으로 대체한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합니까?
이양반이 무식한 소리 하고 있네! 사고 나면 어쩌시려고요? 그렇게 좋으면 댁네 동네에나 설치하시던지요! 그리고, 핵 폐기물은 어떻게 하고요 그거 처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태양광이나 풍력이 훨씬 더 경제적이에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싸운다. 현 정부에서 향후 국내에 신규 원전을 늘리지 않겠다는 선언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쪽으로 국가 에너지믹스의 방향을 돌린 것이 양 측의 싸움의 배경이다.


원전 쪽은 '기술이나 경제성이 아직 충분치 않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원전의 위험성을 과다하게 부풀려서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결정을 하게 했고 밥그릇을 빼앗아갔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쪽은 오히려 잠재적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이미 여러 나라에서 포기를 선언한 구시대적인 발전 방법인 원전 측이 국가 간 신재생 에너지 경쟁이 치열한 '바쁜 상황'에서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전을 미는 쪽에서 말한다. "아니 그 말도 안 되는 기술 수준에 아직 경제성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로비를 해대서 이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태양광과 풍력의 태생이 그래요.."


신재생에너지를 미는 쪽에서 반박한다. "누가 로비를 했다고 합니까? 지금 그럼 선생 눈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퍼붓고 있는 나라들이 다들 로비에 눈먼 장님이란 얘기입니까? 원전은 사고도 많이 나고.. 거 바로 옆동네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몰라요? 나이 지긋하게 드셨으니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하고 미국 쓰리마일 사고도 아시죠?"


원전 쪽에서 다시 말한다.  "이거 이거, 다들 가짜 뉴스에 빠져가지고는.. 우리나라 원전 체계는 후쿠시마나 체르노빌하고는 차원이 다른 거예요.. 아니 그리고, 당신은 사고가 나면 가족이 몰살당하는데 왜 해외여행 갈 때 비행기 타고 갑니까? 확률이 무지하기 낮다니깐 그러네? 그리고 말 잘했어요.. 쓰리마일 원전은 사고는 났지만, 인명 손실은 제로이고 사고 난 원자로가 아직도 통제가 잘 되고 있어요. 좀 알고 얘기합시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싸운다. 그리고 그 논쟁의 배경에는 정치가 숨어있다. 현 정부에서 급작스럽게 나온 '탈원전'이라 불리는 정책의 등장 이후에 원전 관련 지원이나 투자는 급격히 사라진 대신 신재생 에너지의 투자가 급증하였고, 이러한 변화의 상황 속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각각 지지하는 국민들은 반으로 나뉘어 기술적, 정책적 담론보다는 정치적 찬반의 이슈 논쟁을 격화시키는 모양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신재생에너지의 등장과 발전은 '국내의 정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한 '되돌릴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기술 개발이나 정책 마련, 인프라 구축에서 선도국 대비 많이 뒤처져 있는 것 같아 앞날이 걱정이 될 정도이다.


그럼 탈원전이 답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에 가장 '진심'인 유럽과 미국이 왜 원전에 대해서는 '유지' 또는 '확대'를 정책적 기초로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SMR 등을 위시한 신기술이 적용된 4세대 원전은 안전하고,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하에 유럽 각국 및 미국은 관련 기술개발 및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데 진력하고 있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의 탈원전 선언은 기술적, 정책적 결정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결정이라고 보여지고, 그 국가들의 경우 다른 충분한 대안(인접국과의 에너지 네트워킹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2050 에너지 믹스 시나리오를 얼핏 보면 원전 측의 불안과 걱정이 이해가 된다. 하기 표에서 볼 수 있듯, 2020년 기준 4%를 넘지 않던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2050년에는 거의 60~70% 육박하게 되고, 반대로 원전은 29%에서 많아봐야 6~7%대로 줄어들게 되었으니, 얼핏 원전 입장에서는 '내 자리를 뺏은 원흉은 신재생에너지'라고 볼 법도 한 것이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및 발전원 별 발전량 :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췌>

그러나 '전체 발전량의 증가'를 고려하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발전량은 570TW인데, 2050년의 예상 발전량은 그 2배가 넘는 1200TW의 용량이다. 즉, 원전의 경우 점유율 기준으로는 29%에서 7%대로 숫자가 확 줄었지만, 절대적인 발전용량은 50% 정도로 축소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탈원전이라고 불리기엔 너무 큰 용량이다.  


한편, 2050 에너지 믹스에서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세 가지 변화의 축을 바라볼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가장 도드라진 부분인 신재생에너지의 비약적인 증가이다. 또 하나의 축은 기존 화석연료의 종말이다. (단, B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LNG 발전을 현재 기준 약 25% 정도의 유지하게끔 되어있긴 하지만...)

그리고 마지막 축은, 바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타 방법'들의 등장이다.

 

과연 신재생 에너지와 싸우지 않고 원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발전 믹스에서 가장 큰 비중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을 달고 싶지 않다. 원전을 지지하는 측도 먼저 이 부분을 즉시적으로 인정을 해야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연구인력이 바로 이 분야 투입되고 있다. 현재 기준의 경제성은 조만간 먼 옛날의 일이 될 것이며, 규모의 경제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발전원이 될 것이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므로 원전을 지지하는 측이 경제성과 기술적 한계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격한다면, 그것은 현재의 기준일 뿐 미래에도 유효한 주장이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원전이 주목하여 싸워야 할 대상을 바꾸어야 한다. 그 대상은 'B안에 남아있는' LNG 발전과, '연료전지', '무탄소 가스터빈', '동북아 그리드' 등의 '기타 분야'이다. LNG발전소는 석탄발전소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여전히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전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탄소 포집, 저장 기술(CCUS)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가 본격적으로 생산 유통되어야 가능한 기술이라 시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성숙 이후에나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보여진다. 무탄소 가스터빈은 더욱 먼 기술로 평가받고 있고, 동북아 그리드는 그야말로 유럽처럼 전력 네트워킹을 하자는 것인데, 지정학적, 외교적 불안이 먼저 해결되는 '조건부'로 유효한 방법이다. 즉, 아직도 원전이 세를 확장할 '뒷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전에 원전 측에서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현재 경제성과 기술 성숙성에 대한 공격을 받듯이, 원전도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분에 대한 공격을 항상 받고 있다.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결국, 이 부분도 투자와 기술개발 밖에는 답이 없는 듯하다. 신재생에너지가 현재의 우려를 엄청난 투자와 기술개발로 조만간 극복할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듯, 원전도 투자와 연구를 통해 미래 기술을 개발하면(예를 들자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소형 모듈 원전과 같은...) 안전성과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 들 획기적인 방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이 든다.


원전을 지지하는 분들이 작전을 다시 짜서, 싸워야 할 적을 바꾸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함께 갈 파트너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같이 공동 발전하는 그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먼저 우선 4세대 원전 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할 것 같다. 국가의 지원도 받아내야 하겠지만, 민간의 투자도 적극 유치하여 기술의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 부지의 확보는 우선 빌 게이츠가 이미 하고 있는 방법을 벤치마킹해보면 어떨까 싶다. 국내에 이미 엄청난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조만간 사라져야 할 석탄화력발전소 부지를 친환경 4세대 SMR 설치부지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 발전용량을 그대로 대체하긴 어렵겠지만 소형 모듈형 원전을 중심으로 공원화 같은 환경개선 투자를 같이하여 석탄 발전소를 Recycling & Upcycling 하고, 지역 주민의 고용도 지속시키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지역상생적인 모델을 만들면 어떨까?

출처: 환경운동연합 (http://kfem.or.kr)

필자는 국내의 경쟁력 있는 타산업과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파트너링도 강하게 권하고 싶다. 원전은 아무리 안전성을 강화하고 설득력 있는 기술개발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정성 설계를 넘어선 천재지변이 있을 경우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다. 또한 핵 폐기물의 안정적인 보관과 관리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민이 거주하는 육상보다는 바다에 견고한 구조물을 만들어 이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송배전망 때문에 반드시 육지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면, 근해에 고정식 플랜트를 설치하고 해저케이블을 깔아야 한다. 이때는 경제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떨어진 바다에 띄워놓고 차라리 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만들면 어떨까? 한국이 자랑하는 두 가지 기술 즉, 원자력 기술과 조선해양플랜트 기술의 결합을 통해 미래 그린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 전 세계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경쟁력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이 향후 15년간 동해안 (우리에게는 서해)에 신규 원전을 150기 건설한다고 한다. 우리는 서해의 우리 쪽 수역의 경계에 SMR기반 수소 플랜트를 세워 수소를 생산하고, 한국이 자랑하는 조선해양 기술을 이용하여 수소운반선을 운용하는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는 것으로 대응하면 어떨까?


이렇게 작전과 태도를 바꾸고, 투자 유치와 기술 개발, 그리고 파트너링에 힘쓰다 보면, 어느샌가 K-원전은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양대 핵심 무기가 될 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6개월 만의 글쓰기인 데다가, 신변잡기가 아닌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머리가 지끈하다. 독자들께서는 비록 필자가 무거운 주제를 던졌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다.


원전 쪽 관계되는 친인척이나 친구가 있다면 슬쩍 던져주고 물어보기 약~속! "야, 이런 얘기도 있던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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