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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예진
Sep 18. 2023
동네 산책 중 생각의 흐름
주말이면 늘 엄마와 파파가 있는 집으로 간다.
그리고 파파를 산책시킨다.
산책은 귀찮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귀찮고, 좋다고 생각하면 진심으로 즐겁다.
늘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실제 나의 감정을 만든다.
오늘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봤는데 엄청 맑고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참고로 나는 맑은 하늘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우리 동네를 살짝 벗어나면 정말 시골 풍경이다.
도시와는 달리 지나가는 분들이 인사를 먼저 하시기도 하고, 누가 먼저 인사를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다.
하늘이 맑은 날은 그냥 기분이 좋다.
요즘은 감정의 중심을 잘 잡고 있는지가 내 일상의 중요한 화두이다.
내 상황과 감정이 100%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내 삶은 내가 완전한 주인이다.
하지만 내 상황과 감정의 30%가 타인의 탓이라고 한다면, 나는 내 삶에서 70%만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 납세자 1위 사업가인 사이토히토리님은 늘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남들이 하는 작은 행동이나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과, 늘 기분이 좋은 것이 그분 성공의 비결이라 한다. 내가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에 주의와 생각이 끌려다니지 않는 것 말이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또 나의 생각과 감정은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의미 없는 것들과,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끌려간다. 마치 산책길에 보이는 것들에게 생각이 이것저것 계속 옮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생각은 방황을 하고, 의미 없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는 순간들도 많다.
그런 시간을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요즘이다.
책을
읽
거나, 명상을 하는 것이 방법이다. 고요와 사랑에 접속하면 지혜가 나타난다.
파파만 나타났다 하면 짖어대는 세 마리의 개가 있는 집이다.
그렇게 짖어대는 데도, 파파는 꼭 이 집 앞을 지나간다.
한 놈은 짖어대며 장미나무줄기나, 울타리나 아무거나 다 물어뜯는다.
이 집 앞을 지나면서 생각의 흐름이 끊겼다.
여기 사는 3마리의 멍멍이는 다 유기견이었다는데, 주인 분이 참 좋은 분이시다고 생각하며 얼른 다시 나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는, 딱 3가지의 경우에만 타인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스스로 기준을 정해놓았다.
첫째, 내가 보고 배울만한 점이 보일 때.
둘째, 내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야 하거나, 도울 수 있을 때.
셋째,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볼 때,
이 세 가지 경우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고, 판단해서도 안되며
늘 중심이 우주의 근원과 나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세운 기준이다.
우리는 다시 천천히 길을 걷는다.
파파는 얼마 전 퇴행성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신경이 눌려서 뒷다리가 예전 같지 않다.
나는 파파를 사랑하지만, 파파에게 늘 좋은 것만 주었던 것은 아니다.
많이 부족한 나이기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주었다.
파파를 키우며 모든 인간은 타인을 사랑하더라도 좋은 것만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고,
부모도 그러하며, 나 스스로에게 또한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요즘 스스로를 용서하고 더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에게도 예전보다는 관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코스모스가 피었네, 하며 걷는다.
태극기가 반갑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지금 부모님의 딸인 것도, 내 동생의 언니인 것도 다 좋다.
익어가는 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마을에 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내 눈앞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우주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알아들으며 살아야 하는데, 잘 듣기는 어렵다.
주변엔 논밭 투성이고 경운기도 종종 보인다.
무지개 색으로
담
을 칠해 놓은
초등학교를 지나가면 집에 거의 다 왔다.
오래전이지만 산책할 때 누군가에게 전화하지 않으면 허전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스스로
를
더
많이
받아들였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다.
더 좋기도 하다 :)
그리고 예전보다는 확실히 단단해졌다.
남이 아니라 내 삶이 궁금하다.
그리고 함께 걸어준 파파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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