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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Aug 26. 2024

내가 반한 아름다운 영혼.




 오늘은 사랑이 부족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을 안고 터덜터덜 안나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신부님을 뵙는 순간 행복 호르몬이 솟아났다.

"아~ 아름답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사람(또는 것)을 좋아한다.

신부님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시다.

아름다워서 감탄하고 자꾸 보고 싶고.





천국에 가면 신부님 같은 분들만 계실 텐데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오늘 임무를 시작했다.


 대파를 다듬다가 네 번째 뵌 봉사자분과 이야기를 하게 됐다. 20년 전 지방에서 단돈 100만 원 들고, 서울로 와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았는데 그렇게 하실 수 있던 이유가 '봉사'였다는 것이다.

봉사를 하면 더 큰걸 얻는데, 해 본 사람들은 아실 것이다.

서울 올라오자마자 바쁠 때만 빼고는 계속 봉사활동을 하신 듯했다.

 "제가 사회성도 별로 없는데, 그래도 봉사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공황장애 왔었을 때도 다시 봉사하니까 괜찮아졌고요." 라며 솔직하고 귀한 경험을 나눠주셨다.





 오늘도 역시 나는 줄 서서 기다리는 노숙인 분들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사람 중에 뽑혔다.

오늘은 나도 사랑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신부님께서 한분 한분과 눈을 마주치며 사랑한다고 크게 얘기하라고 하셔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 뒤엔 부제님(사제가 되기 전단계)이 계셨는데,

목소리도 우렁찬 데다가 "사랑합니다~."라는 말속에 진심이 너무 느껴져서 잠시 부제님의 얼굴을 본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

환하게 웃으며, 그 표정 속에 노숙인 분들에 대한 진심이 담긴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감동은 뭐지, 이 분은 어쩜 이렇지?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

식사보조하고 설거지하는 내내 아름다운 에너지를 계속 받고 왔다.

오늘은 로사, 이레네 자매님이랑 설거지 호흡도 척척 맞아서, 우리 이제 너무 잘한다며 자화자찬했다.



일하다가 힐끔 신부님을 보았는데,

중간에 봉사자들 간식 챙겨주시며, 신부님은 잘 드시지도 않는다.

많이 마르셨다.

이제는 연세도 있으시고 신부님 스스로도 건강하고 싶다고 책에 쓰셨더라.



요즘은 신부님을 위해 자주 기도드린다.

타인을 위한 진심 어린 기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신부님을 위한 기도는 가슴깊이 진심이다.

신부님 옆에 오래도록 머물며 배우고 사랑하고 싶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며 "나를 따라라."라고 하셨을 때, 물고기 잡던 제자들은 예수님을 보고 그물을 버리고 바로 따라갔다.

예수님의 아름다움과 빛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있다.


작은 마음 안에 오늘도 사랑을 꾹꾹 담아왔다.








#안나의집 #김하종신부님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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