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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맞먹는 엄마들의 진단

by Yujin Kim

"루나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네."


남편의 말에 서둘러 아이의 방으로 갔다. 오른쪽 아랫배라면 맹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충수염에 걸려 수술을 했었다. 옅어지기는 했지만 송충이 같은 수술자국이 아직도 있어서 그 위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친정 엄마가 60대였을 때 충수염인지 모르고 배 아픈 것을 참다가 맹장이 터지는 바람에 복막염이 된 적이 있었다. 간단했던 수술이 복잡한 수술이 되었고, 엄마가 그로 인해 꽤나 고생한 기억이 있어 그런 일은 막고 싶었다.


"루나야, 정확히 어디가 아파? 여기? 엄마가 이렇게 누르면 아파?"


위치상으로는 맹장 부분이 맞는 것 같은데 배가 아픈 아이의 증상이 아주 심해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늦었으니 잠을 자 보고 밤에라도 많이 아프면 엄마 꼭 깨워. 알았지?"


거실로 와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루나가 오른쪽 아래쪽 배가 아프다네. 충수염인가 싶어서. 하필 밤에 아프네."


몇 년 전 친구가 오른쪽 아랫배가 너무 아프다고 연락이 와서 내 맹장 위치를 손으로 가리킨 사진을 찍어 보낸 적이 있었다. 정확히 같은 위치가 아프다고 해서 충수염이 의심됐는데 무슨 일이든 잘 참는 친구는 일단 참아보려는 눈치였다.


"아픈데 참다가 괜히 맹장 터져서 우리 엄마처럼 더 큰 수술 만들지 말고 병원 가서 꼭 확인해 봐."

내 말에 친구는 그날 바로 병원에 갔고, 급성충수염을 진단받고 수술을 했다.

맹장이 터질뻔한 큰 위기에서 경험자인 내가 친구를 구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수술을 한 경험자라 이번에는 친구가 나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연락을 했다.


"나도 오늘 오른쪽 배가 아픈데 배란통인 거 같네."

"맹장 아팠을 때 통증이 꽤 심했었지?"

"응, 충수염은 진짜 아팠어."

"배란통 하고 어떻게 달랐어?"

"서 있지 못할 만큼 아팠어."

"그래? 그럼 루나는 충수염 아닌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열도 나고 설사 증상도 있고, 메슥거리기도 한대. 보통은 다들 장염증상인 줄 안대. 난 그 정도는 아니었고 배만 엄청 아팠어"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위치만 확실히 알겠고. 배가 아파서 구부리고 누워있던 기억이 있어."

"어, 맞아. 허리를 못 필 정도로 아파서 구부정하게 누워있었어."

"그렇지? 나도 새우처럼. 그런데 루나는 배가 아프다고는 하는데 직립보행하네"

"그럼 아니다."

"아니네."


두 엄마는 아이의 증상이 충수염이 아닐 거라 진단했고, 다음날 루나 배의 통증은 사라졌다.


2주 전 루나가 저녁에 배구 트레이닝을 하던 중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살리려다 팔을 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적이 있었다. 왼쪽 팔목이 아프다고 울었는데, 일요일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뼈가 부러진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응급처치를 하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증상을 물어보고 아이의 팔을 여기저기 눌러보더니 어떤 응급처치를 했는지 물었다.

"일단 차가운 얼음팩으로 30분 정도 냉찜질을 했고, 소염 진통제를 먹였어요."

"제대로 처치를 하셨네요. 그런데 어떤 소염 진통제를 먹었나요?"

"파라세타몰 먹였어요."

"다음에는 이부프로펜 계열로 먹이세요. 그게 더 강력하거든요. 첫 48시간이 중요합니다."


아들이 다쳤을 때 했던 손목 보호대가 마침 집에 있어 손목보호대도 했으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모두 한 셈이었다. 팔목이 아픈 것에 비해 멍도 하나도 안 들은것을 보니 응급처치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심 뿌듯했다. 아이를 키운 지 16년이 되니 이제 몇몇 증상은 병원에 안 가고도 해결할 수 있었고, 운동하다 다쳤을 때 응급처치도 잘하게 되었다. 수많은 인터넷 검색과 병원 진료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이지만 역시 경험은 헛된 것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함께 진단을 내려 줄 친구가 있으니 더욱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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